서태지의 이번 신보는 소스의 차원에서 드릴 앤 베이스와 토이트로닉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스팝이라거나 단순한 idm 혹은 일렉트로니카 라는 식으로 기존의 시도들과 서태지의 실험을 동일시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음악을 많이 듣지도 않고 잘 듣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게 더 중요한데) 서태지의 음악은 그런 식의 소스-장르들, 드릴 앤 베이스나 토이트로닉과 동일시될 수도 없다. 그것은 서태지의 음악의 장르 컨벤션이 아니라 단순히 장르-소스이고 진짜 장르는 네이쳐 파운드이기 때문이다.
네이쳐 파운드의 사운드적 특질이 여기서 도출되게 된다. 즉 일렉트로니카의 서브장르와 록음악의 퓨전적 화학적 결합. 거기서 추출되는 것은 대중성이다. 멜로디와 노래의 의미가 아닌, 또는 그것을 보좌하는 의미도 아닌, 일종의 쾌적함으로서의 대중성.
듣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대중성. 이것은 시부야와 기본적인 방법론은 비슷하지만 그 쾌적함을 발생시키는 구체적인 레시피는 상당히 다르다. 일단 네이쳐 파운드는 일렉트로니카의 서브장르나 록 그 어느 쪽에도 장르 컨벤션의 독점을 허락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렉트로니카가 사운드를 지배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게 단순히 장식음으로 (다른 그룹들에서처럼) 머무는것은 아니다. 동시에 록음악도 사운드를 지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융합되서 하나로 합쳐진다.
멜로디-노래와 사운드-쾌적함. 이것이 서태지가 실험을 통해 완성시킨 진정한 대중성이다. 기존의 대중성이라면 단순히 멜로디가 좋거나 (훅이나 후렴구가 좋거나) 댄서블하거나 뭐 이정도에서 그쳤지만 서태지는 사운드-쾌적함이라는 새로운 대중성을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사운드-쾌적함은 서태지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네이쳐 파운드라는 조합으로 만들어낸 사운드-쾌적함은 오직 서태지만이 만드는 데 성공한 독자적인 레시피라는 것이다. 관건은 이 사운드-쾌적함이 멜로디-노래와 합쳐져서 하나의 음악으로서 얼마나 사람들을 기분좋게, 즐겁게, 기쁘게, 만드느냐는 것인데 이것은 이미 모아이를 듣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증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