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이방인
제임스 처치 지음, 박인용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미국인이 북한을 소재로 소설을 썻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있던 작품이다. 게다가 작가가 제임스 처치라는 필명을 쓰고 있는데 출판사의 설명 및 본인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정보 장교로서 ‘김정일이 젊었을 때부터 북한을 셀 수 없이 드나든’ 사람이라니 기대감이 증폭됬다.

인민보안성 소속 북한인 수사관의 활약을 그린 서스펜스 소설인데 하드보일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북한이라는 건조한 이미지의 나라가 하드보일드 소설의 배경으로는 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양 인민보안성 526호실 소속의 수사관 ‘오 검사원’. 그에게 한밤중 고속도로를 지나는 고급 외제차를 촬영하라는 비공식 임무가 떨어진다. 하지만 카메라의 전지가 없어서 임무는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는 뜻하지 않게 군부와 당 위원회 양쪽의 의심을 사게 된다.

그 후 도로변에서 시체가 발견된 것을 알게 된 오 검사원은 휴식을 겸해 압록강 변방의 국경 도시로 피신해 단독 조사를 벌인다. 하지만 보안성에서 급히 복귀하라는 호출이 날아온다. 평양 중심가의 고려호텔에서 정체불명의 외국인 시체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시체 주변에서 핀란드제 단추를 발견한 오 검사원은 계속 커져가는 의문속에 수사를 계속한다.

두 군부 세력의 갈등이 주된 이야기인데 거기에 밀수 사건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까지 복합되어 이야기가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이 사건 후 청취를 받는 과정을 이야기 진행과 번갈아 보여줘서 흥미를 돋구고 있다. 

시체가 등장하고 사건의 배후에 관한 정보가 속속 등장하는 서스펜스 소설로서의 재미도 좋지만 평양과 강계등 북한의 이곳저곳을 떠돌며 보여지는 배경 묘사도 흥미롭다. 차로 타고 여행할수 있을정도로 가까이에 있지만 갈수 없는 그곳들이 한국 독자에겐 특별한 감상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개인적으로 작품에서 전화교환원이 등장할 때 마다 웃음이 났다. 엄마가 젊은 시절 전화교환원으로 일하셧는데 전화 건 사람들과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셨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직 낙후된 북한의 상황을 들어내면서 교환원과 주인공의 대화를 통해 아직 인정이 있는 북한을 보여주는것 같아 좋았다.

미국에서 오 검사원을 등장시킨 두 번째 소설이 가을쯤 출간될 것이라고 하니 이 작품도 빨리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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