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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을 품은 할아버지 ㅣ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11
웬디 앤더슨 홀퍼린 지음, 조국현 옮김 / 봄봄출판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기 드 모파상'이 쓴 이야기를 <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 책>에서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그림을 그린 웬디 앤더슨 홀퍼린-가 새롭게 엮였다. 아내의 닦달에 침대에서 달걀을 품게 된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성격이나 외모 면에서 대비되는 부부에게 벌어지는 일상이 웃음을 짓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부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로 닮는다고들 하는데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부부는 전혀 그렇질 못하다. 두 사람의 성격은 외모의 차이만큼이나 큰 차이를 보인다. 바싹 마른 몸매에 잔소리를 늘어놓는 할머니의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머쓱해지기도 한다. ^^*
작은 찻집 주인인 뚱뚱한 앙트완 할아버지는 사람들을 좋아하여 친구들이 많다. 할아버지는 딱 한 사람을 빼고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는데 그 한 사람이 바로 부인인 장작개비처럼 마른 콜레트 할머니다. 사나운 성질을 가진 할머니에게도 달걀을 사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많지만 단지 그것뿐이다. 말 한마디에도 정이 오가는 법인데 이웃에게도 살갑게 대하지 않으니 할아버지처럼 친구가 많질 않은 것이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일을 도와달라며 게으름뱅이라고 타박을 하곤 하는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허리를 다쳐 침대에 누워 있게 되자 할머니의 구박은 더욱 심해진다.
- 그런 할아버지가 안쓰럽게 여겨지기 하는데, 아이들 책 보면서 할 말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을 두루 살피고 어울리길 좋아하는 이는 사람 좋다는 평은 듣겠지만 반면 가족들에게는 그만큼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
그런데 문병 온 이웃 사람의 달걀을 품고 있게 하면 어떻겠냐는 말에 할머니는 옳타쿠나 싶어, 할아버지에게 진짜 달걀을 품으라고 한다. 에디슨처럼 알을 품으면 병아리가 나올지 궁금한 것도 아니고, 깃털 하나 없는 할아버지가 어떻게 알을 품는담~. 할아버지는 "닭들에게 이빨이 나면 모를까, 내가 어떻게 달걀을 품어?"하면서 펄쩍 뛴다. 우리가 불가능한 일을 일컬을 때 "토끼 머리에 뿔 날 때"라는 표현을 흔히 쓰는데 원작의 제목이기도 한"When the chickens grow teeth (닭들에게 이빨이 날 때)"도 그런 의미로 사용한 표현인가 보다. 어쩔 수 없이 열 개의 달걀을 품게 된 할아버지, 과연 달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본 그림 둘레에 일상의 일들을 담은 소소한 작은 그림들을 배치해 놓아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솔솔~ 하다. 어른 여섯 명이 겨우 할아버지를 들어 옮기는 풍경, 할머니가 침대에 누운 할아버지를 돌보며 잔소리를 하는 모습, 이웃들이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알에서 병아리가 깨어나오는 장면 등등... 품는 정성을 들여 깨어난 병아리들을 내 자식처럼 걱정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씨가 따뜻하게 여겨진다. 무엇보다 병아리가 많이 깨어난 덕분에 할머니도 행복해졌다니 이제 할아버지를 덜 타박하겠구나 싶어서 할아버지의 환한 웃음에 함께 기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