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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할 수 있어요! ㅣ 그림책 도서관 32
샘 맥브래트니 지음, 김서정 옮김, 찰스 푸즈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샘 맥브래트니가 글을 쓰고 찰스 푸즈가 그림을 그린 <우리 아기 웃으니까 정말 예쁘네>의 후속작. 전작에서 등장했던 귀여운 아기 동물들과 함께 나뭇잎이 불긋불긋하게 물들고 떨어진 낙엽을 모아 나뭇잎 산을 만드는 등 가을 느낌이 묻어나는 그림책이다. 잘난 척하며 상대의 실수를 비웃기보다 잘하는 점을 칭찬해 주는 것이 훨씬 즐거운 일임을 일깨워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람이 부는 날 사이 좋게 나뭇잎 쌓기를 하던 꼬마 루, 찍찍 생쥐, 꽥꽥 오리가 갑자기 다투게 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엄청 큰 나뭇잎 산을 만드느라 지친 세 친구는 잠시 앉아서 쉬는 동안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뽐내며 잘난 척을 한다. 먼저 꼬마 루가 커다란 통나무를 뛰어넘을 수 있다며 자랑을 하며 꽥꽥오리에게 "넌 그거 못하지?"하고 말하는데 이런 말 들으면 아이들이라도 자존심이 상하게 된다. 꽥꽥오리는 자기도 할 수 있다며 시도를 해보지만 짧은 다리를 가진 오리에게는 무리였던 모양이다. 통나무에 걸려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웃자 꽥꽥오리는 꼬마 루처럼 자기도 잘할 수 있는 것을 내세우며 이번엔 찍찍 생쥐에게 말꼬리를 돌린다.
이렇게 세 친구 모두 창피를 당한 후 서로 웃은 것을 비난하며 다투게 된다. 친구를 놀렸다가 되려 자기가 놀림을 받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는지라 다들 토라져서 각자의 집으로 가버리고 한다. 한 마디로 냉전 상태- 부루퉁한 표정으로 각자 등을 돌리고 앉아 있으니 세 친구 사이에 싸늘한 냉기가 흐르는 것 같다. 그런데 마침 그 때 꼬마 루의 엄마가 나타나 "누구나 놀림 받는 건 싫어"한다며 자신들의 잘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게 된다. 이제 모두들 환한 표정이 되어 상대가 잘하는 모습을 보며 칭찬해 주고 미안함과 애정을 담뿍 담은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장면들마다 동물들의 표정 속에 감정 상태를 참 잘 담아내고 있는 그림책이다.
누군가에게 어떤 부분에 대해 칭찬을 받으면 스스로도 뿌듯한 마음이 들고 자신감도 얻게 되고, 잃었던 용기가 생기기도 한다. 그것은 상대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장점을 자랑스럽게 여기고-단, 자부심은 가지되 오직 나 혼자만 할 수 있다는 자만은 금물- 다른 사람의 장점을 인정하고 칭찬할 줄 아는 미덕을 지니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책에 나오는 것처럼 놀림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놀림을 받으면 자기가 못하는 것이라도 일단 할 줄 안다고 맞받아치고 싶은 것이 일반적인 심리이다. 큰 아이랑 작은 아이도 가끔 서로를 놀리다가 토라지곤 하던데 그런 경험을 통해 놀림을 당하는 입장이 어떤 마음일지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