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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과 물감 상자 ㅣ 미래그림책 48
카를로스 펠리세르 로페스 글.그림, 김상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9월
품절
책을 보는 순간 표지부터 마음에 착 달라 붙은 책이다. 깔끔한 하얀 바탕이 여러 물감의 색이 어우러진 물감 상자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물감 상자와 파란색 물감으로 물든 붓을 보고 있자니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이 새삼 부러워진다...
한 쪽에는 알록달록한 물감들이 두 줄로 나란히 줄을 서 있고, 다른 쪽은 아직 아무 것도 닿지 않은 새 물감상자. 그리고 앞으로 아이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표현해 내주는 손이 되어 줄 두 개의 붓.
- 새 크레파스, 새물감, 새 파레트가 생긴 날은 아무 것도 손대지 않은 그 새 것의 느낌이 너무 좋아 그냥 고이 간직하고 싶은 마음부터 들지 않던가~. ^^*
비가 오던 어느 오후, 바깥에서 놀 수 없게 된 아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온갖 색깔의 네모 판자로 만들어진 집들이 가득한 그림...
사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반듯반듯하게, 말끔하게 잘 그리고 색을 칠하지는 못할게다. 아귀가 맞지 않는 네모도 있을테고, 선 바깥으로 색이 튀어나가고, 미처 마르지 않은 곳에 다른 색이 번지기도 하겠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이 살아 있는 그림은 그 속으로 들어가 보고픈 마음이 일게 한다.
아이는 도화지 위에서 무엇이든 볼 수 있다고 믿는다. 물감 상자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까지도 볼 수 있게 해주니까~.
이 그림책의 그림들의 특징을 잠깐 살펴보면 아이가 그린 그림이나 풍경묘사가 색감을 풍부하게 살리고 있다. 이와 달리 아이가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세부묘사를 과감히 생략하게 간결하게 선으로만 그려 여백의 미를 충분히 살려주고 있다. 굵고 큼지막한 글씨체도 그림과 잘 어우러져 보인다~.
아침에 들었던 새들의 노랫소리를 색깔로 표현해 보려는 아이.. 과연 새들의 노랫소리는 무슨 색깔이고 어떤 모습일까? 손으로 잡을 수 없는 형체 없는 소리...
소리가 주는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소리로 들릴 수 있고, 시끄럽게 여기는 새소리를 누군가는 음악 소리처럼 즐겨 듣기도 한다. 자신이 느끼는 소리의 그 느낌을 다양한 모양과 색으로 표현해 보는 것도 참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꿈 속에서 어릴 적 뛰놀던 골목길을 다시 뛰어다니기도 하고, 가끔 현실에서는 가볼 수 없는 우주의 다른 행성을 방문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바닷 속을 헤엄쳐 다니기도 하고,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기도 한다. 그림책이나 동물원에서 보았던 동물들이 나타나 나와 함께 놀기도 하고 너무나 보고픈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 느낌이 좋아서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 너무 너무 아쉽고 안타까워 깨기 싫을 때도 있다.
그 꿈 속 세상을 그냥 놓쳐버리는 것이 너무 아쉬워 그림으로라도 남겨두고 싶은 마음. 아이는 학교에 다녀오자 마자 물감 상자를 꺼내 그림을 그린다. 어젯밤 꿈 속을 찾아와 나와 노닐던 아름다운 것들을 그림으로 담아내기 위해...
아, 그래! 물감 상자는 마술 상자야!
모자 속에서 토끼가 튀어나오고, 허공에 든 손에서 마술처럼 카드가 만들어지듯이 아이는 물감 상자로 마을도 만들어 내고, 비도 내리게 할 수 있지~.
그림에 대한 새로운 의식과 그림을 그릴 때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참 매력적인 그림책. 세상의 모든 화가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