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아부지 내친구 작은거인 14
이상배 지음, 한태희 그림 / 국민서관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어느 금요일 오후, 연락도 없이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의 여정과 아버지를 찾아 나선 아이와 엄마의 모습을 담은 동화. 승민이네 가족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되찾아 가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아리랑>,  <별이 된 오쟁이> 등의 작품을 쓴 이상배씨가 글을 쓰고, <도솔산 선운사>, <휘리리후 휘리리후> 등의 그림을 그린 한태희씨가 그림을 맡았다. 주목할만한 것은 보통 동화에서는 아이의 부모는 이름보다는 아빠(아버지), 엄마 같은 호칭을 주고 쓰는데, 이 작품에서는 이야기의 주체이자 이름을 지닌 한 인격체로서의 아버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동순씨'라는  아버지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어느 날 엄마의 말처럼 도깨비장난 같이 아버지가 사라졌다. 퇴근할 시간도 아닌데 볼일이 있다며 오후에 퇴근한 후에 어디로 가셨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승민이가 잠들기 전에 '옛날에 우리 아부지가...'하고 도깨비 이야기를 한 가지씩 들려주시던 '도깨비 아부지'는 진급을 하고부터 늘 회사 일에 쫓긴다. 독자는 승민이의 아버지인 동순씨에게서 일에 매여 사느라 삶에 지친 이 시대의 많은 아버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너무 바빠서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놀아 줄 시간도 없고, 가보고 싶은 고향에도 못 가고, 보고 싶은 친구도 그저 가슴에 담아 두고 일, 일, 늘 바쁘게 일만 해야 하는 삶에 지친 우리네 아부지들...

 승민이와 엄마는 전날부터 소식이 없는 아버지 걱정을 하고, 아버지 전화번호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지만 전화기에서는 ‘캴캴캴’ 하는 이상한 소리만 들려온다. 마침내 두 사람은 함께 아버지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 아버지가 갈만한 곳을 찾아다니면서 둘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마음이 여유로웠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마음으로 만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아버지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무실을 뛰쳐나왔던 동순씨는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향한다. 도깨비 이야기를 들려주던 아버지 생각,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 속에 나오는 다양한 도깨비들, 어린 시절 도깨비를 만난 기억 등등.. 냇둑에서는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깊은 속내를 느낄 수 있는 기억도 떠오른다. 부모가 살아계실 적에는 자식 사랑으로 모든 것을 감내하는 그 고마움을 자식들은 알면서도 제대로 감사를 표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다 부모님이 세상을 뜨시고 내 자식을 키우다 보면 문득문득 부모님의 사랑이 절실해져 목이 매여 오곤 한다. 동순씨는 30년이 지난 다음에야 그 마음을 전한다. "아버지.. 고맙습니다."라고...

 동순씨는 바빠서 한동안 성묘도 오지 못했던 산소에도 들리고,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는 고향 집으로 찾아간다. 비록 풀이 무성하고 여기저기에 먼지가 뽀얗게 앉았지만 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 그곳에서 도깨비 친구들도 동순씨를 반겨 주고 위로해 준다. 승민이의 말대로 남편이 있을 것 같은 버들골(깨비골)로 향하는 기차를 탄 엄마는 시골에 가려거나 힘들다는 남편에게 핀잔만 준 것이 못내 후회가 된다. 

 애들 아빠도 회사 일이 바빠 어떤 날은 퇴근도 하지 못하고 야근을 하기도 하고, 남들 쉬는 주말에도 출근할 때가 많다. 가기 싫은 티를 팍팍 내며 억지로 출근하는 모습을 보면 안스러워져서 하루쯤 쉬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기한에 맞춰야 하는 일이 있다보니 그러지도 못하고... 현재의 삶에 지친 탓에 젊은 시절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향수를 가진 남편은 가끔 대학시절 친구들을 보러 내려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럴 때 다녀오라고 선뜻 등을 밀어 주기보다는 책에 나오는 승민이 엄마처럼 가서 뭐하겠냐는 식으로 말했던 적이 있던 지라 가슴이 뜨끔해진다.

 이야기 중간 중간에 나오는 도깨비 이야기가 웃음을 선사하는 이 책은 현실과 판타지를 적절하게 배합하여 가족간에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다. 부모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동화이며, 110쪽 가량으로 분량도 그리 많지 않아 저학년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본문 뒤에 도깨비와 관련된 속담이나 용어(?)가 한 쪽 분량 정도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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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맘, 또또맘 2006-09-16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일에 쫓겨 허득이는 남푠을 보며 위로하기 보다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다고 불만만 토로했었는데, ... 리뷰보니 느끼는 점이 많네요...

2006-09-19 12: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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