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 올 에이지 클래식
곤살로 모우레 지음, 김정하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에 두 편의 성장 동화-사춘기로 접어든 열두 살의 소녀가 여름 방학 때 겪게 되는 일을 소재로 한 <병 속의 바다>와 삼촌네 농장에서 여름 방학을 보내던 열 살 남자아이의 추억이 담긴 <그리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를 연달아 읽었다.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병 속의 바다>가 가족과 이성에 대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 낸 작품이라면, <그리고 나는 어른이..>는 긴장감이 느껴지는 특별한 사건은 없으나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것처럼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나가는 서정적인 작품이다. 내용 속에 작가의 기억과 현재의 모습이 녹아 있는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름이 될 때면 떠오르는, 열 살이 되던 해의 그 여름은 주인공인 다리오에게 조금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꼬마 다리오'란 별명으로 불리는 다리오는 일곱 살 때부터 매년 여름이면 두 달 동안 삼촌네 농장에 지내는데 열 살 때 농장의 말들을 돌보는 일을 맡게 된다. 다리오는 말을 돌보면서 책임감과 그 일이 가져다주는 특별한 즐거움을 알아간다. 그리고 화가인 다리오 삼촌과 말수는 적지만 독특한 감성을 지닌 판판 숙모, 이 두 사람은 다리오에게 동물에 관한 이야기, 자연의 아름다움, 평온하면서도 소박한 농장의 일상을 잔잔하게 들려주곤 한다.

 삼촌이 말도 때로는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알려준 덕분에 이전과 다른 눈으로 말들을 보게 된 다리오. 복통의 아픔으로 스스로 쇠창살로 된 담장에 몸을 던진 말 지오콘다, 사막에서 살려고 태어났지만 그 목적에 맞게 살 수 없어 슬픈 낙타들, 자폐증세를 보인 강아지 사라... 도시에서 산 탓에 동물에 대해 아는 것이 없던 다리오는 삼촌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통해 동물도 얼굴에 표정이 있으며 그들도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는 등 그 때까지 알던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동물과 자연에 대해 알아 가고 느끼게 된다.

 외국 작가의 성장 동화나 영화 등을 접할 때면 우리나라 아이들과 참 다르게 방학을 보내는 그네들의 모습에 늘 얼마간의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외국의 모든 아이들에게 통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 아이들은 여름방학 및 휴가철을 맞아 몇 주 또는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친지의 집에서 머물거나 외국 여행을 가기도 하고,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기도 한다.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하며 청소년기를 보내는 모습은 여름 방학이 되어서도 가방을 메고 학원이며 독서실로 향하는 우리나라 아이들의 쳇바퀴 같은 일상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정말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과연 언제쯤에나 우리네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입시 위주로 살아가야 하는 억압된 삶에서 벗어나 다리오처럼 자유분방한 유년 시절을 누리고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리오는 이 여름에 죽음의 의미-죽음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죽음이 남겨 놓은 빈자리가 나쁜 것이라는-를 되새겨 보기도 하고, 무엇인가를 묻는 듯한 예쁜 눈을 가진 파올라를 통해 첫사랑의 설렘을 경험한다.

  다리오는 이 회상의 끝을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우리나라 나이로 열한 살, 외국 나이로 치면 이제 열 살인 큰 아이의 반 아이 중에 한 명이 딸아이에게 좋아한다며 호감을 표하곤 하는 모양이다. 그 남자 아이도 파올라를 좋아하게 된 다리오처럼 혼자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며 얼굴을 붉히기도 할까? 이 뜨겁고 무더운 여름, 우리 아이들도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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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1 22: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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