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백짜리 시험 성적보다 중요한 것

올백 ㅣ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1
이은재 지음, 소윤경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6월

「올백」은 등장인물들의 경쟁 심리나 시험을 앞둔 아이들의 불안감 등을 잘 표현한, 초등학교 중학년을 대상으로 한 도서로 "일기 감추는 날"의 그림을 그린 소윤경씨가 그림을 그렸다. 학급 반장인 광호는 집도 부유하고, 공부도 잘 하며 여자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그래서 친구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수업 마칠 무렵에 교문 앞에 와서 대기하고 있는 엄마의 차를 타고 학원에 가기 바빠 친한 친구 하나 없는 아이다. 그리고 전교 1등을 한다는 형과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보다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더 큰 짐으로 여겨진다.

 방과 후에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딱지 따먹기나 공기놀이 같은 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수업이 끝나자마자 입시, 논술, 영어 학원 등에 가느라 바빠서 놀 틈이 없는 이 땅의 아이들.  광호로서는 엄마 앞에서는 한없이 주눅이 들지만 학교에서만큼은 잘난 사람, 인기 있는 사람으로 대접받고 싶은데 다른 친구들과 달린 동주가 자신을 뻣뻣하게 대하는 것이 못마땅하다. 거기다 올백을 맞은 자신이 아니라 동주가 모범학생 쿠폰을 받은 것도! 광호가 속으로 쌓인 울분과 억눌린 심사를 표출하는 대상이 바로 동주인 셈이다.

 세상에는 올백짜리 시험 성적보다 중요한 것이 훨씬 더 많지만 우리 어른들은 그것을 잊고 사는 것 같다. 공부만 잘하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이 없다고 여기는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을 일류 대학에 보내기 위해 고액 과외를 시키고, 내신을 높이기 위해 성적을 조작하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아이들을 성적 지상주의 세상 속으로 몰아붙이기 전에 내 아이가 올바른 가치와 심성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고, 생각해 보는 부모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