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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에서 ㅣ 보림어린이문고
이영득 지음, 김동수 그림 / 보림 / 2006년 8월
평점 :
도시에 사는 솔이네 가족이 주말마다 시골에 있는 할머니네 집에 가서 농사 일을 도우면서 생기는 에피소드 4편을 담은 작품. 아이가 쓴 것처럼 간결한 문체와 함께 할머니와 상구 등의 등장인물의 대사가 경상도 사투리로 이루어져 읽는 맛도, 듣는 귀도 즐거울 듯 하다. 그림일기장 형식을 빌려 앞으로 나올 내용을 담은 그림과 초등학생이 쓴 듯한 필체의 제목이 잘 어우러진 것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감기 걸린 날>, < 천하무적 고무동력기> 등의 작품에서 개성 있는 그림을 선보인 김동수 씨가 이번에도 인물들의 특징을 잘 짚어 낸 캐릭터들로 보는 재미를 극대화시켜 주고 있다.
"보림 어린이 문고" 책들은 작은 아이가 재미있다고 종종 보곤 하는데 이번 책도 단박에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 번 보더니 책이 재미있다며 '보고 또 보고'이다. 초등학생이 쓴 표지 글씨부터가 친근감을 자아내고, 등장인물들의 생김새를 단순화하여 어린이가 그린 듯한 느낌을 주는 그림과 말풍선들, 일어난 순서에 따라 그림에 번호 매기기 등 상황을 적절하게 보여주는 다양한 그림들이 아이에게 웃음을 주는 요소들이다. 거기가 책 읽어주는 어른이 사투리의 가락을 잘 살려 읽어주면 금상첨화이지 싶다.(애들이 엄마가 가끔 사투리 쓰는 거 듣고는 나름대로 흉내 내려고 애쓴다. ^^;)
할머니 집에 가면 어른들은 밭 일 하시느라 바쁘고, 함께 놀 동무도 없는 솔이로서는 시골 방문이 그리 신나지만은 않다. 그러나 할머니와 뒷집 상구를 통해 차츰차츰 자연이 주는 즐거움과 신기함을 알아가고 시골의 일상에 적응해 간다. <내 감자가 생겼어요> 편은 권태응 시/ 백창우 곡의 "감자꽃"이란 노래의 노랫말-'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마나 하얀 감자..'-이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감자를 찾지 못해 골이 나 감자를 던지는 솔이에게 할머니는 자연이 가꾸었다는 말씀으로 그 소중함을 일깨워 주신다. 할머니는 <말 잘 듣는 호박>편에서 채소들이 잘 자라게 하는 비법(?)도 가르쳐 주신다. 이를 들은 솔이는 할머니에게 새끼줄을 얻어 냉큼 자고 있는 엄마 아빠에게로 달려가는데, 과연 두 분은 솔이 말을 잘 들어주실까? ^^
<또글또글 망개 목걸이>에서는 솔이만 보면 숨는, 뒷집에 사는 상구가 드디어 말, 아니 행동을 건다. ^^ 솔이가 '촌뜨기'라고 부르는 바람에 상구가 마음이 상하는 등,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망개'가 이 둘을 가깝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이 '또글또글'이란 표현, 참 마음에 든다. 꼭 집어 말하진 않지만 상구의 부모님이 도시로 나가 자주 오지 못한다는 설정은 젊은 세대들이 농촌을 떠나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지 싶다. 마지막 편인 <꼬꼬꼬, 닭이 아파요>에서는 상구네 닭의 죽음과 생존의 역사가 나오는데 이를 설명한 그림이 재미있다. ^^ 할머니의 조언으로 설사병에 걸려 고생하는 상구네 닭이 차도를 보이는데,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병이 나면 자연에서 치유할 약을 얻어 병을 이겨냈다.
책을 다 보고 책장을 덮을 때면 아이는 "재밌다."라는 중얼거림과 함께 이야기가 네 편뿐이라는 것이 아쉬운 듯 살짝 한숨을 내쉰다. 할머니에게 말 잘 듣게 해주는 새끼줄을 얻을 수 있다면 이 책을 살짝 치며 이렇게 외치고 싶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 마이 열리거래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