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코와 걷는 길 보림어린이문고
오카다 나오코 지음, 고향옥 옮김, 노석미 그림 / 보림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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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동화는 장애가 있는 아이가 전학 오면서 한 모둠이 된 아이들이 겪게 되는 갈등과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장애인은 무조건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고 교육받아 온 아이들은 이 작품을 통해 장애를 가진 친구를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는 과연 어떤 것일지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전학 온 히나코를 모둠으로 받아들이게 3모둠의 네 아이-사치코, 야코, 겐, 코바는 마음이 편치가 않다. 작은 몸집에 걸을 때면 몸이 기우뚱 갸우뚱 흔들리는 아이 히나코.

 화자인 사치코는 마음속으로는 히나코를 받아들이는 것을 싫어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겐과 야코도 나름대로 히나코를 배려하는데 비해 코바만은 히나코를 '병아리'라는 별명으로 부르거나 느림보라고 놀리는 등 주위에서 보기에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대한다. 그러나 히나코 역시 장애가 있다고 해서 약한 모습만 보이지는 않는다. 자신을 놀리는 코바를 주먹으로 쳐버리거나,  시합에서 공을 쳐보지도 못하고 친구들에게 방해가 된 것이 속상해서 혼자서 연습을 하기도 한다. 산행을 갔다 돌아올 때에도 친구의 제의를 거절하고는 질질 끄는 발로 스스로 걸어간다.

  속으로는 장애가 있는 히나코를 짐스러워하고 배려하려 신경을 쓰던 아이들도 점차 있는 그대로의 하나코를 친구로 받아들이게 된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할 때면 그 사람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은 너무 매정한 행동 같고, 돕자니 과도한 친절을 베풀어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상태에서 고민만 하다 때를 놓칠 때가 가끔 있다. 사치코가 친구들과 산에 버섯을 따러 가기로 한 일을 히나코에게 말할까 말까, 마음이 두 갈래로 갈려 고민하면서 "친구일까?"하는 의문을 가지는 모습이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공감이 갔다.

이 작품에서 코바는 히나코가 장애아라는 사실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따돌리지 않는 코바에게서 히나코는 자신을 장애아가 아닌 다른 보통 친구들처럼 대해주는 마음을 느꼈던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억지로 친절하게 대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대하는 게 진짜로 친해지는 길"이라는 야코의 말이야말로 바로 히나코처럼 장애를 가진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마음에서 진심으로 우러난 것이 아니라 의무감에서 비롯된 친절은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짚어주는 이 작품을 통해 한 장애를 가진 사람을 나와 다른 부류로 대하던 내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게 된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은 히나코 엄마가 딸을 집에 데려다 준 사치코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었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가 자식을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는 마음으로 그리한 것으로, 히나코는 산에 다녀 온 후 병문안 온 친구들에게 이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더 이상 고개를 숙이지 않는 히나코 엄마의 모습이나 히나코가 걷는 속도가 모둠의 속도가 되었다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배려해 주는 친구가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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