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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의 작은 깔개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6
앨런 세이 지음, 김세희 옮김 / 마루벌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가끔 방의 벽지 무늬나 아이들이 낙서한 것, 화장실 벽타일의 얼룩이나 흉터(?) 자국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면 그런 것들을 통해 어떤 동물이나 사물 등이 연상될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은 아무 의미도 두지 않을 그런 것들에게서 무엇인가를 떠올리는 것은 내가 나만의 상상력을 발휘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고 또한 나로서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나는 앞서 언급한 것들에게서 무엇인가를 보긴 하지만 결국 그런 것들은 바로 내 안에서 비롯된 것이고, 무엇을 생각해 내거나 발견하는 것은 보는 사람의 창의성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 그림책은 한 아이의 창의성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알려주는 작품이다. <할아버지의 긴 여행 >, <잃어버린 호수>의 그림을 그린 앨런 세이의 작품으로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그림책을 처음 접해 본다. 수미는 자신이 태어났을 때 선물로 들어온 깔개를 무척 좋아한다. 아이는 깔개를 "저건 헝겊 조각이 아니야. 수미에게는 텔레비전이야."라고 말하지만 뭐가 보이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과연 수미는 깔개에서 무엇을 보는 것일까? 얼마 후 수미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그리기 대회에서 계속 상을 받으면서 유명해진다.
그러나 엄마가 깔개를 빨아버리고 난 후에 그림이며 상패 등도 치워버린 수미는 그림도구와 깔개마저도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고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겠노라고 한다. 솜털이 모두 빠지고 깨끗해져버린 깔개는 아무리 바라보아도 아무 것도 볼 수 없고 아무 것도 떠올릴 수 없는 것일까? 어느 순간 수미는 벽이며 나무 등에서 자신의 친구들을 발견하고 기뻐하게 된다. 수미는 자신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영감이 그 깔개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 영감은 자신이 발견하고 생각해 낸 것들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 이 장면의 그림을 보면 벽의 얼룩이 늑대처럼 보이고, 나뭇잎들 속에서 박쥐며 꽃게, 개구리, 고양이, 도깨비 등의 많은 동물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선이나 부분적인 그림 또는 도형 모양 등을 제시하고 그림을 그려보게 하는 도서가 큰 인기를 얻기도 했는데 제시된 그림을 바탕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면서 아이들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꼭 그런 책자가 없어도 아이에게 벽지무늬나 얼룩, 다양한 사물을 보고 창의성을 발휘하거나 나만의 특별한 시선으로 새로운 발견을 해보게 하고 그림으로도 표현해 보게 하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의 원작 제목은 Emma' Rug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