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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ㅣ 그림책 보물창고 16
이브 번팅 지음, 로널드 힘러 그림, 이현숙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어떨 때에는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어떨 때에는 너무 짧아서 아쉽게 여겨지기도 하루. 그날이 그날인 것처럼 평범하게 보낼 수도 있고, 아주 특별하게 보낼 수도 있는 하루... 또는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게 하루를 보냈거나 큰 깨달음을 얻으면서 그 하루가 일생동안 가슴에 남아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그림책은 일자리를 구하러 나간 할아버지와 함께 하루를 보내면서 정직과 책임의 의미를 가슴깊이 새긴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그 날 돈을 받을 수 있는 일을 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달린 만큼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터라 때로는 거짓말도 하고, 힘으로라도 다른 사람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프란시스코는 영어를 할 줄 모르는 할아버지가 일자리를 얻는 것을 돕기 위해 일꾼들이 모이는 장소에 함께 나온다. 차를 몰고 온 한 기사(벤 아저씨)가 정원 일 할 사람 한 명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자 프란시스코는 할아버지가 정원일을 아주 잘한다며 자기들을 데려가 달라고 나선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평생 집 짓는 일만 해 온 목수로 정원 일은 전혀 할 줄 모르는 분. 프란시스코가 일을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해버린 것이다. 소년은 잡초라고 여겨지는 것을 뽑아 할아버지에게 보여 주고, 둘은 땡볕 아래에서 아주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나중에 벤 아저씨가 와서 보고는 기겁을 하는데, 정작 뽑았어야 할 잡초 대신에 어린 꽃나무를 모조리 뽑아버렸지 뭔가!
무슨 일이든 그에 대한 책임이 따르며, 모르고 한 일이라도 손해를 끼쳤으면 그에 대한 배상을 하는 등의 자신이 한 일이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회피하거나 다른 사람이나 단체에게 떠넘기는 사례를 많이 접하게 되는지라 씁쓸해질 때가 많다. 그리고 정직하게 일하고,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마무리를 하고, 일한 만큼 버는 것... 의당 그리해야 할 바인데 요즘 세태를 보면 그리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거짓말을 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어가면서까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 벌 궁리를 하고, 일의 모양새만 갖추어 놓거나 겉치레만 요란하게 해놓고 그 결과는 나 몰라라 하는 경우 등등...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더 특별하게 가슴을 적셔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손자가 거짓말을 한 것을 알게 된 할아버지는 "일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는 다음 날 다시 와서 잡초를 뽑고 꽃나무 싹을 다시 심겠다고 한다. 그리고 벤 아저씨가 일당의 반이라도 주려고 하자 할아버지는 이를 거절하고 일을 완전하게 한 다음에 받겠다고 한다.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하루의 수고를 망치고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대가를 치르게 되었지만 이 특별한 하루를 통해 프란시스코는 많은 것을 배우게 시작한다. 나 또한 이 책을 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시는 할아버지의 책임 있는 행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된다. 이 그림책을 본 날이 나에게는 특별한 하루로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