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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이를 찾아서 ㅣ 작은거인 6
박재형 지음, 이상권 그림 / 국민서관 / 1996년 8월
평점 :
품절
이 동화는 제주의 지형과 설화를 바탕으로 저자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구성한 작품이다. 제주의 한라산과 백록담이 각각 안개산과 신선의 호수로 묘사되어 등장인물들이 모험을 하게 되는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김녕 뱀굴에 살았다는 거대한 구렁이를 겁쟁이 뱀으로, '괴범천종'이라는 인물을 눈이 네 개인 촌장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용이 되지 못하고 죽은 섶섬의 뱀(이무기)과 사람을 홀리는 도깨비 불, 여우 등 옛날이야기에 등장하는 여러 동물들과 제주도에 전해 내려오는 '설문대할망'이 신기한 난쟁이 할머니로 등장하고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순동 아버지(만복)는 꽃이 예뻐 보여 이를 꺾어 꽃묶음을 만들고, 구름이 멋있어 보여 구경하느라 하루해가 지는 줄도 모르는 순수한 어른이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순동은 호기심과 모험심이 강한 소년이다. 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 남쪽에 위치한 까마득하게 높은 안개산에는 바다처럼 커다란 호수가 있고 신선이 산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 섬에는 여름이면 소를 산으로 올려 보내 그 곳에서 좋은 풀을 먹고 살이 쪄 가을이 무렵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풍습이 있는데, 한 해 전에 다른 마을의 소들이 돌아오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순동 아버지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소 두 마리-검둥이와 누렁이-를 산으로 올려 보내는데 결국 가을이 되어도 돌아오질 않는다. 그리하여 그 산에 올라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순동 아버지는 소들을 찾기 위해 산을 오르기로 결심한다.
순동과 아버지는 소를 찾기 위해 오른 산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죽을 고비를 넘겨가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겁쟁이 뱀 띨띨이도 만나고, 쌍동공을 지닌 촌장에게 잡혀 겨우 탈출하기도 하고, 무거운 돌 옮겨놓기 시합도 하게 된다. 이런 저런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소를 찾으려는 순동이 부자의 마음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녹아 있는 제주도의 설화가 재미를 더해 주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뱀의 이름을 '띨띨이'이라고 지은 것이나, 은영이 아버지가 다리를 잡고 늘어지자 신선이 얼굴을 붉히고 당황한다는 등의 설정이 재미를 주기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내용을 지나치게 희화시킨 것 같아 조금 아쉽게 여겨졌다. 작품에 등장하는 각 인물, 동물을 각자의 특성에 맞게 좀 더 무게감 있게 그려주었으면 어떨까 싶다. 1편 말미에서 순동 부자는 검둥이와 누렁이와 조우하게 되는데 2편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