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거 빙벽 밀리언셀러 클럽 35
트레바니언 지음, 이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첩보물은 자주 접해보지 않은 분야로 영화로도 제작-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 의해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보지는 못했음-되었다는 이 작품에 어떤 매력이 숨어있는지 궁금해 하며 읽어보았다. 첩보물하면 대표적으로 007 시리즈가 떠오르는데, <아이거 빙벽>의 주인공 조나단 헴록은 제임스 본드 못지 않은 임무 수행 능력을 발휘한다. 또한 여성들을 단박에 매료시키는 성적인 매력을 지녔으며 그림을 식별하는 천부적인 능력도 지녔다. 그러나 인간적인 면을 살펴보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성격에 여성을 단지 욕망의 배출구 정도로 여기는 상당히 냉혹하면서도 냉정한 면모를 지닌 남성이다. 개인적으로 이 점이 못마땅하게 여겨져서 초반에는 이 작품에 큰 매력을 못 느꼈는데-작품해설에 이 작품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뉜다는 점에 공감이 감- 먼저 책을 읽는 남편은 이 작품이 스릴도 넘치고 재미있었다면서 자기는 이런 분야의 책이 좋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절륜한(?)한 정력을 지닌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하는 점을 논외로 하고라도 작품 앞부분에 조나단이 'CII'의 우두머리가 지시하는 사건을 맡네, 안 맡네 하면서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조금 장황하게 나오는지라 재미가 떨어졌는데, 비자발적이긴 하나 주인공이 암살 임무를 맡기로 한 중후반부부터는 내용에 생동감과 긴박감이 느껴져 읽는 속도에 탄력이 붙어 한나절 만에 금방 읽어버렸다. -작품에 'CII'라는 첩보조직이 등장하길래 'CIA'말고 또 다른 조직인가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저자가 CIA를 빗대어 지은 가상의 이름이라고 한다. ^^; 첩보조직의 우두머리 격인 미스터 드래곤의 병약함도 그렇거니와 요원이나 포프의 무능함 등에 저자가 미국의 첩보활동과 CIA를 우스운 꼴로 만들려는 의도가 다분히 반영되어 있다.

 이 책은 특히 주인공이 아이거 북벽 등반에 참가하여 임무를 수행한다는 설정이라 후반부로 가면 산악 등반과 관련된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아이거 북벽은 실제로 등반을 위해 도전했다가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대단히 위험한 산악지역-참고로 아이거 북벽은 세계적인 클라이머 라인홀트 메스너가 세계 3대 어려운 벽의 하나로 꼽을만큼 오르기 힘든 곳이라고 함-으로 우리나라 산악인 중에도 목숨을 잃은 분이 있다고 한다. 등반 분야에서 이름을 날린 조나단도 아이거 북벽 등반에 두 번이나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겨우 살아 돌아온 것으로 나오는데 임무 수행을 위해 다시 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국적의 인물들로 팀을 구성되어 마침내 아이거 빙벽에 오르게 된 네 사람... 조나단에게는 등반대 대원 중 정보부 요인을 살해한 범인을 찾아내어 암살하는 임무까지 부여되었으나 첩보조직원의 무능함에 오히려 그 자신이 표적이 되어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다. 그런데 험난한 등반 과정에서의 사고, 뒤이어 등반대를 덮친 예기치 못한 기상 변화 때문에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이 급박하게 닥치는지라 조나단이 표적에게 당하는 것과 빙벽에서 되돌아가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큰 위험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였다. 죽음의 바람이 몰아치는 아이거 빙벽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대원들. 과연 이들 중 몇 명이 살아 돌아 올 것인가! - 사족을 달자면 산악 등반 장비들의 용도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빙벽을 타는 등장인물들의 동선이나 움직임 등을 제대로 읽어내거나 상상해보지 못한 점이 아쉽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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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4-04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에서 마지막 로프에 매달려서 진실을 알았을 때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허무하고 체념한 듯한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

sooninara 2006-04-0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ㅋㅋ 너무 학구적이시라서..
저도 처음엔 그랬는데..이리저리 비틀기 한거라 생각하니 괜찮더군요.
냉전시대나 스파이에 대한 환상을 비틀기..
마지막에 반전..죽은 사람만 억울하다인지..ㅠ.ㅠ

아영엄마 2006-04-04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음.. 역시 새벽별님은 학구파입니다. 저는 어려운 용어는 그냥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는 정도거든요...^^;;
메피님/저는 영화를 못 봤어요~~ (클린트의 눈빛을 언제 함 봐야될텐데..)
수니나라님/아, 님도 이사가기 전에 받아서 보신다고 하셨죠. 암튼 초반을 빼면 그럭저럭 볼만한 내용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