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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계단 - 찔레꽃 울타리 ㅣ 찔레꽃 울타리
질 바클렘 지음, 강경혜 옮김 / 마루벌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질 바클렘의 작품은 찔레꽃울타리 사계절 시리즈로 먼저 접했으며 아기자기하면서도 세심하게 묘사한 그림이 인상 깊었는데 <봄 이야기>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아 아쉬웠던 떡갈나무 성의 내부를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성이라 그런지 방도 참 많고, 대회당도 너무 근사하고, 머위와 앵초가 발견한 화려했었을 옛날을 짐작하게 해주는 으리으리한 방도 참 근사하다. 서리가 내린 겨울을 배경으로 한 이번 이야기는 일할 때는 부지런히 일하고 즐겁게 노는 것도 잊지 않는 찔레꽃울타리 마을의 전통적인 겨울 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축제 때 시를 읊기로 한 머위와 앵초는 연습할 곳이 마땅치 않아 앵초 엄마에게 조언을 구한다. 엄마는 음식을 만드느라 바쁜 와중에도 잠시 일손을 멈추고 아이들에게 연습할만한 장소를 알려주며 맛있는 간식까지 챙겨주는 세심함을 보인다. 자상도 하지~. 온갖 물건들이 뒤죽박죽 쌓여 있는 다락방에 온 머위와 앵초는 여러 가지 물건들에 정신이 팔려서 시 외우기 연습을 하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다. 그 뒤 커튼 뒤에 가려진 문을 열고 긴 계단을 올라가 아주 으리으리하고 근사한 방을 발견하고는 자신들만의 비밀 놀이방으로 하자며 신나한다. 우리 집엔 정말 숨을 곳이 없는데도 아이들이 종종 숨바꼭질을 한다며 의자 밑에 숨기도 하고, 커튼 뒤에 몸을 감추고 술래가 찾아내기를 기다리곤 하는데 떡갈나무 성처럼 방들이 아주 많은 곳에서 숨바꼭질을 하면 너무 너무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비밀 방은 여기저기에 거미줄이 쳐지고 곰팡이 냄새가 난다고는 하지만 정말 너무 근사한 장소로, 그림으로 장식된 높은 천정과 벽에 걸린 휘장, 천으로 덮인 황금빛 의자나 벽에 걸린 초상화 등을 보니 혹 오래전 들쥐 왕과 왕비가 거처하던 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앵초와 머위는 이 곳에서 축제 때 입을 의상을 고르고 시 연습도 열심히 해서 축제에 참가한다. 축제에는 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멋진 모자와 화려한 옷으로 단장한 머위와 앵초가 아닐까 싶다. 극적인 연출을 위해 일부러 준비한 의상을 외투로 가리고 있다가 시 낭송이 끝난 후 외투를 벗어 던지고 멋진 인사로 마무리 한 머위와 앵초에게 앵콜 요청이 들어온 것은 당연한 일!
책을 본 우리 아이들은 "이 다음에 우리도 다락이 있는 집에 이사 가자"는 말을 한다. 그리고 자기들도 떡갈나무 성 같은 곳에 가서 비밀 방을 찾아보고 싶다고 한다. 꼭 대저택이 아니더라도 어른들은 알지 못하는 비밀 공간을 가진다는 거, 참 매력적인 일 아닐까? 그 곳에 자기가 소중하게 여기는 보물들도 갖다 놓고, 비밀공간이라는 것 자체를 만끽하며 조용히 쉬기도 하고 형제나 마음 맞는 친구들과 소꿉놀이나 역할놀이를 하면서 놀기도 한다면 노는 즐거움이 두 배로 늘어날 것 같다. 비밀의 계단을 올라가서 재미있게 놀 생각을 하며 엄마의 품 안에서 잠든 머위와 앵초를 보니 그들이 발견한 그 멋진 방이 둘만의 비밀로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