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울고 있을 때 읽어봐
위기철 지음, 엘레나 셀리바노 그림 / 청년사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언젠가 아이가 학교에서 보고는 재미있다며 사달라고 해서 위기철씨의 <신발 속에 사는 악어/사계절>라는 제목의 이야기동시집을 구입하여 동시 몇 편을 읽어보면서 위기철씨가 동시도 참 재미나게 썼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책에도 실려 있는 동시인 <울고 있을 때 읽어 봐>가 이번에 그림을 곁들여 동시그림책으로 따로 출간되었다. 앞에 언급한 동시집에 실린 삽화에는 한복을 입는 처자가 나오는데 이번 그림책의 그림은 조그마한 소녀가 아가씨로, 여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꽃과 나비, 나무 등을 배경으로 화사한 느낌이 들게 그려 놓았다.
음.. 아이가 울고 있으면 어떻게 달래주어야 할까? 안아서 다독거려줄 수도 있고, 웃기는 이야기를 들려줘서 울다가 웃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울고 있는 아이에게 이 책에 나오는 특별한 눈물을 가진 아가씨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으리라.. ^^ 울보 아가씨에게 눈물을 그치라며 들려주는 형식의 이 동시는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눈물 대신 꿀물이 나오는 그런 아가씨가 살고 있었대."라는 문장이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시종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울면 눈물이 아니라 꿀물이 나오는 아가씨는 울 때마다 나비며 꿀벌들, 심지어는 곰까지 와서 아가씨의 눈물, 그러니까 꿀물을 먹으려 하니 슬퍼도 울 수가 없었단다. 아가씨를 찾아와 눈물로 시원한~ 꿀물을 타 달라던 총각과 결혼한 울보 아가씨가 밤마다 엄마가 보고싶어 우니 이번에는 "인절미를 찍어 먹게 계속 우시오~"한다. 아내를 놀리는 말 같기도 하지만 실은 아내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그런 말을 하였으리라... (이런 이런~ 울보 아가씨,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나요~ ^^)
눈물 대신 꿀물이 나오는 아가씨-결혼했으니 아씨라고 해야 하나?-가 어느 사이에 어른이 되어 살포시 아기를 안아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괴로운 일, 무서운 일, 창피한 일, 슬픈 일 등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우리 딸아이의 미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눈물을 흘릴 때 옆에서 다독거려주고 웃음을 선사해 줄 사람도 만나게 될 터이고, 자신의 슬픔을 잊고 행복한 미소를 지을 만큼 사랑스러운 존재도 태어날 터이고....첫 장면에서 나무에 핀 꽃들 중 유달리 크게 그려진 꽃송이 하나가 인상 깊더니 후반부에 나오는 사과나무에 열린 커다란 사과를 보니 바로 그 꽃이 열매를 맺었구나 싶었는데, 우리 아이들이 나의 삶에서 바로 그렇게 커다란 의미를 가진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뒤표지에 실린 문장이 가슴에 남는다.
때로는, 칼바람 같은 슬픔이 몰아쳐 우리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하지.
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슬픔은 없으니, 그 속에 너무 오래 머물지는 마.
얼어붙은 마음은 이내 풀리고, 슬픔이 너를 자라게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