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자 들어간 벌레들아 - 생태 동시 그림책, 동물편 푸른책들 동시그림책 1
박혜선 외 지음, 김재홍 그림, 신형건 엮음 / 푸른책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가끔  동시를 읽어주다 보면 아이들이 커서도 의성어, 의태어 같은 입말을 참 좋아하고 재미있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에 실린 '종다리'라는 시에 나오는 "노골노골 지리지리..."라는 싯구가 무에 그리 재미난지, 아이들이 한 번 더 해달라고 졸라 다시 해주니
"깔깔깔~, 또 해주세요!"
"노골노골 지리지리~~~" 
"엄마, 또 해주세요!"
동시에는 두 번 나오는 이 싯구를 대여섯 번을 반복하고서야-물론 할 때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이 들게- 실컷 웃었는지 시를 계속 읽어줄 수 있었다. 나중에 '제비새끼'를 읽어줄 때도 내가 제비새끼라도 된 것 마냥 "찌찌배 찌찌배배"거리느라 입을 조잘조잘, 아이들은 배꼽을 잡고 낄낄낄~ ^--^

 동시와 어우러진 그림을 입힌 동시그림책이 종종 출간되고 있는데, 이번 책의 특징은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동물이나 곤충을 소재로 한 동시들을 엮은 "생태동시 그림책"이라는 점이다. '생태동시'는 <동화읽는 가족>에 연재되었을 때부터 동시에 녹아 있는 곤충들의 생태나 외형적인 모습의 묘사가 매우 시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던 동시 분야인데 거기다 김재홍 씨의 그림과의 결합은 정말 환상적이다. 그림으로도 추천을 하고 싶은 동시그림책으로 꼽고 싶은데, 큰 아이는 이미 김재홍 씨가 삽화를 담당한 <고양이 학교>에서 진짜처럼 그려진 고양이 그림에 반한 터이고, 이 책을 보면서 아이랑 나랑 또 한 번 "와, 정말 그림 잘 그린다!"하며 감탄을 하면서 보았다.

 우리 아이들은 동시를 읽기 전에 먼저 그림에서 동시에 나오는 동물이나 곤충을 찾아보느라 열심이었는데 아쉽게도 화가분이 전체적인 풍경만 그리고 동시에 나오는 동물(곤충)을 그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주인공 동물을 못 찾아내고 안타까워하면서 '이왕이면 모든 그림에 등장 동물을 그려주지...'하고 화가를 원망하기도 했다. ^^* 아이들은 그림을 보고 동시를 들으며 이런 저런 질문-"엄마, 땅말벌이랑 두더지 중에 누가 지렁이를 잡아먹어요?"-을 하기도 하고 자기 생각을 말하기도 하였는데 이런 맛에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는 게 아니겠는가~. 

 지면의 한 쪽 부분에 동시에 등장하는 동물/곤충 그림과  모습에 대한 짧은 설명이 학명과 함께 실려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뒤편에 "더 알고 싶어요!"에 16편의 동시에 나온 동물의 정보를 조금 더 실어 두었는데, 이것까지 다 보고 나니 책에 더 많은 생태 동시를 실어주었으면 싶은 욕심이 난다. 내가 어렸을 때는 둑에 가서 메뚜기도 잡고, 땅에서 '땅강아지'를 찾아내서 가지고 놀기도 했던지라, 책을 덮으며 이 동시집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곤충들이 우리 주변에서 점차 모습을 감추어 가고 있음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아이들이 이제 책에서나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어가는 것이 씁쓸해지기도 했는데 우리네 아이들이 이들을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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