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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코가 없다 ㅣ 작은도서관 18
동화읽는가족 초대시인 엮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동화읽는 가족 초대 시인 24분의 작품 두 개씩을 실은 동시집이다. 아이보다 먼저 이 동시집을 보면서 고민 아닌 고민을 좀 했다. 아이가 이 동시집을 재미있어 할까? 동시집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쓴 동시와 어른들이 쓴 동시는 아무래도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재미로 따지자면 아이들이 쓴 동시가 주는 재미가 더 큰 것 같다. <지구는 코가 없다>에 실린 동시들은 시인들이 공들여 쓴 작품들중 두 편씩 고른 것인데 어른들(시인)이 쓴 동시이다 보니 아무래도 재미가 떨어지는 것 같아 염려가 된 것이다. -이런 내 마음을 어찌 아셨을까! 나중에 보니 뒤편에 실린 해설에 어린이문학평론가이신 이지호 님도 "동시 읽는 재미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셨다.
보통 아이에게 동시집을 접해줄 때면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동시 한 두편을 골라 읽어주어 아이의 관심을 유도한 뒤에 다른 시들도 혼자 읽어보라고 책을 건네 주곤 한다. 이번 동시집도 어떤 동시가 아이의 관심을 끌까 생각하며 읽어본 뒤에 내가 찜한 동시는 "그 날/이혜영"~. 마침 고른 동시를 쓴 분의 이름이 작은 아이의 이름과 같이 대번에 작은 아이도 관심 집중이 되어버렸다. 내가 읽어줄까 하다 모 문제집에 나온 동시를 국어책 읽듯이 한 작은 아이에게 시낭송은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라며 큰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하니 제법 낭송을 잘 한다. 그 다음에 제목에 나온 "지구는 코가 없다/신형건"를 펼쳐서 보여주니 또 열심히 낭송을 하여 동생에게 들려주고... ^^
...(중략)
야,독가스다! 외치며
코를 싸 쥐고 호들갑스럽게 손사래를 치고 의심의
눈초리로 옆사람을 째려보고 창문을 열고 환풍기를
돌리고 산소마스크를 달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얼마나 오래 썩은 방귀인지 그 냄새가
쉬이 가시지 않더래.
(중략)..... ("지구는 코가 없다/신형건")
다른 동시들도 읽어보길래 그럼 재미있게 본 것은 책장 끄트머리를 접어두라 하여 나중에 살펴 보니 15개 정도가 표시가 되어 있다. 모든 동시가 다 재미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법이고, 이 동시집에 실린 것이 48편인데 그 중에 15편을 아이가 재미있게 보았다니 나로서는 만족이다. 아이가 재미있다고 꼽은 동시들을 살펴보니 내가 재미없어할 것 같다고 생각한 동시도 있었는데 다시 한 번 읽어보면서 생각해보니 한두 단어나 동시에서 연상되는 풍경이 재미를 주는 키워드로 작용하는 것 같다. 어느 동시에는 재미가, 어느 동시에는 교훈이, 어느 동시에는 일상의 풍경이 스며 있어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시인들이 공을 들여 창조한 공간 속 이곳 저곳을 두루 다녀온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