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내게 오는 사랑이 '0'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밤티마을 봄이네 집 ㅣ 작은도서관 3
이금이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10월

  <밤티 마을 영미네 집>을 읽은 후 내내 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렸다... 진심어린 팥쥐 엄마의 애정에 큰돌이도 마음을 열고, 영미와의 관계도 개선된 상황에서 새로운 가족의 등장이 어떤 갈등을 가져올지는 짐작이 갔다. 한 가정에 아기가 태어나면 의도한 바는 아니더라도 가족의 관심과 애정이 아기에게 쏠리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한 배에서 난 형제들이라 할지라도 소외, 질시, 외로움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기 쉽다. 아무리 부모가 예전처럼 행동한다 싶어도 당사자인 윗형제는 부모의 애정이 모두 아기에게로 가 버린 것 같고 불공평한 대접을 받는 것 같아 마음의 상처를 입기 마련인데 하물며 팥쥐 엄마의 경우에는 '새엄마'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으니 더욱 그러한 오해를 사기 쉬울 것이다. 더구나 한동네에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도 있다면 처음부터 편견으로 가득찬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그들에게는 여느 부모가 아이에게 하게 되는 행동조차도 입방아에 오르내릴 거리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 책은 팥쥐 엄마가 낳은 아기가 생활의 중심이 된 상황에서 시작하고 있다. 하필이면 어린이 날에 돌떡을 돌리게 된 영미는 불만이 고조되고, 아기가 태어나면 좋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아기인 봄이가 모든 사랑과 관심을 가져가 버린 것 같아 속상하기만 하다. 말 한마디, 사소한 대쑥골 할머니의 말도 서운하게 여겨지고, 아버지가 소리를 지를 때 편을 들어주는 팥쥐엄마가 고마운 것이 아니라 마치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처럼 도리어 새엄마가 얄밉기만 한다. 영미로서는 오빠와 나누어 받던 1/2의 사랑이 봄이가 태어남으로 인해 1/3로 줄어든 것이 아니라 제로(0)가 되어버린 것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삼형제의 중간으로 태어난 나는 가끔 부모님의 사랑이 모두 맏이와 막내에게로 향하여 내게 오는 사랑이 '0'인 것처럼 느껴져 속상해 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사랑이나 애정은 수학방정식으로 계산해낼 수 있는게 아니지 않는가... 때로는 무한대의 사랑이 나에게로 쏟아져 내리기도 했을터...

 현대로 접어들어 TV 드라마의 내용이나 결말은 작가의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시청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이로 인해 인물의 중요도나 결말이 변경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뒤에 실린 글에도 나와 있듯이 이금이씨는 밤티마을에 대한 연작을 쓸 생각이 처음에는 없었고 계모의 전형을 벗어 난 팥쥐엄마의 역할도 친엄마를 돌아오게 하는 보조인물로 그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이 출간된 후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 하는 독자가 끊이질 않아 뒷 이야기를 구상하여 나온 것이 영미네 이야기이고, 뒤이어 이 책도 나오게 된 것이라고 하는데 독자의 관심과 작가의 지속적인 애정이 있었기에 이러한 연작이 완성되고 팥쥐 엄마의 역할 또한 빛을 발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이번에도 양상용씨의 그림을 책을 보는 느낌을 한층 살려주었는데 노랑저고리와 분홍 치마를 입은 봄이가 어쩌면 그리 앙증맞고 귀여운지 모르겠다. 책의 그림에서 어른들은 큰 변화를 못 느끼겠으나 아이들은 훌쩍 컸다는 느낌이 전해져 온다. 엄마의 가출, 영미의 입양, 팥쥐엄마의 등장, 영미의 귀향에 이어 또 하나의 새로운 식구인 봄이의 탄생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큰돌이네 가족에게 깃든 진정한 행복을 논할 수 없을 것이다. 책장을 덮으며 비록 작품 속의 가상의 인물들이고 지어낸 이야기지만 큰돌이네가 앞으로도 겪게 될 여러 난관을 잘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충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