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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과 소녀 ㅣ 상상의 동물 5
김명희 지음, 에우게니 팟콜친 그림 / 길벗어린이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길벗어린이에서 나온 상상의 동물 시리즈 3권까지는 우리나라의 상상의 동물을 다루었는데 4권부터는 서양의 상상의 동물을 다루고 있다. 이번 책의 주인공은 머리에 달린 뿔에 치유의 힘을 지녔다고 알려진 유니콘이라는 상상의 동물이다. 본문 뒤에 실린 유니콘의 전설에 관한 글에 형상이나 치유 능력, 사람을 피하고 거칠게 행동하나 처녀 앞에서만 온순해지는 등의 습성이 나와 있는데 그림책의 이야기 속에서 이러한 내용들을 두루 담고 있다. -유니콘이 처녀만을 가까이 한다는 점은 이 동물의 순결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전설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수줍음을 잘 타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성정을 지녀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 않는 유니콘은 어느 날 꽃을 따러 숲 속으로 들어왔다가 뱀에 물려 버린 한 소녀, 마리엔느를 자신의 뿔로 치유해 주고 몸을 숨긴다. 그 후 마리엔느의 집 앞에 꽃다발을 갖다 두던 유니콘은 왕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을 잡으려는 임금의 병사들에게 들켜 몸을 피하게 된다. 그러나.. 쫓기고 있음을 알고 모습을 드러내지 말았어야 할 유니콘은 자신을 구해준 누군가를 찾기 위해 숲으로 온 마리엔느 앞에 모습을 드러낸 탓에 다시금 병사들의 화살 앞에 노출되고 만다. 소녀의 무릎에서는 한없이 평화로웠던 유니콘... 소녀를 위해서는 화살이 박힌 몸으로도 사납게 저항했던 유니콘의 마지막 모습에 가슴이 아파오는 슬픈 이야기이다.
이 책의 그림들은 동적인 느낌보다 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말을 닮은 '유니콘'하면 힘차게 달리거나 훨훨 나는 모습이 연상되는데 책의 그림에서는 유니콘이 가만히 서 있거나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유니콘은 '풍성한 갈기털'을 지녔다는데 그림에서는 갈기며 꼬리털이 듬성듬성(?)하여 이를 느낄 수 없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이 그림책 속의 유니콘은 소녀만큼이나 매우 섬세하고 가녀려 보인다. 개인적으로 그림 여기저기에 등장하는 소품들-나무, 풀, 꽃, 과일, 새 등-에게 더 시선이 끌렸다. 유니콘은 상상의 동물이고 책의 이야기도 지어낸 것일 뿐이지만 치유 능력이 있는 뿔이 달렸다는 이유로 죽음을 맞이한 유니콘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인간들의 과욕이나 편견에 의해 생명을 잃거나 멸종한 생물들에게 생각이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