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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늪 ㅣ 작은도서관 17
김하늬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6월
평점 :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그러나 종종 생태계와 관련된 글이나 기사에서 그 이름을 듣게 되는 '우포늪'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머리 속에 그려볼 수 있었다. 본문 뒤의 작가의 글, <우포늪에서 띄우는 편지>에 실려 있는 자그마한 두 장의 사진에서도 평화로운 듯 하면서도 생명력이 가득한 우포늪의 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넓은 늪지대에 자라고 있는 물풀, 창포, 마름, 왕버들, 자운영 같은 여러 식물들이 계절따라 연두, 초록, 꽃분홍, 연자주색의 갖가지 색을 드러내며 함께 어우러져 자라고 있는 우포늪에는 왜가리가 울고 백로가 날아다닌다고 한다. 누군가의 징검다리가 되어주고 쉼터도 되어주어 늪지기 아저씨가 좋아한다는-세계적인 희귀종인- 가시연잎은 과연 얼마나 클지 궁금하고, 언제고 직접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가시연은 보라색 꽃을 피운다고 하는데 이왕이면 꽃이 피어 있을 때 볼 수 있으면 더욱 좋으리라...
이 작품은 우포늪에 살고 있는 할머니 댁에서 얼마동안 살게 된 샘이가 주위 사람들을 통해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을 배우고, 아빠를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으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우포늪에서 공룡의 발자국이 실제로 발견되어서인지 <우포늪에 공룡똥구멍..>과 함께 이 책에도 공룡의 존재를 믿는 아이의 마음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샘이는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는 공룡의 알이 우포늪에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용용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마음속으로 말을 건네곤 한다. 그리고 선생님으로부터 벌로 황소개구리를 잡아오라고 했을 때 도움을 주었던 순홍이와 단짝 친구가 되는데, 늪지기 아저씨라는 별칭으로 통하는 시인 아저씨는 배를 타고 함께 늪을 둘러보곤 하는 친구이자 '용용이'를 탐내는 욕심 많은 사람처럼 여겨지는 아저씨이다. 아저씨는 아직은 샘이가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가끔 들려주곤 하는데 말없이 누워만 계시는 아빠와 마음의 대화를 나눌 수 있음을 알려 준, 샘이에게는 '길라잡이별' 같은 존재이다.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황소개구리는 외국에서 식용으로 들여왔다가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생태계의 교란을 초래한 대표적인 경우로 그 외에 블루길(파랑볼우럭), 배스(큰입우럭) 같은 외래어종이 생태계를 교란시켜 붕어 같은 우리나라 토착어종이 자취를 감추고, 외국에서 들여온 번식력이 좋은 식물들 때문에 토착식물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 때문에 외래어종을 없애자는 소리가 높았는데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황소개구리의 올챙이를 잡아서 죽이려고 늪지기 아저씨가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 하며 무분별하게 외래생물을 들여오는 잘못을 한 '위'사람들을 질책한다. 그러면서 '자연의 일은 자연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자'고 하는데 솔직히 나로서는 어떤 쪽에 손을 들어 주어야 할 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작품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흐름 속에 우포늪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태군을 작품 속에서 설명해주기 위해 애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인 샘이가 또래에 비해 성숙한 모습으로 그려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샘이가 부모와 떨어져 지내며 나중에 아버지를 떠나 보내는 과정을 겪는 동안 한층 성숙해져가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저자의 의도를 수긍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