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이들의 세계일주 0100 갤러리 9
에드워드 리어 글, 클라우스 엔지카트 그림, 박소윤 옮김 / 마루벌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 볼 때만 해도 뭔 이야기인지 종잡을 수가 없어서 조금은 황당한 기분으로 책장을 덮었던 책이다. 다음 번에 글도 찬찬히 다시 읽어 보고, 그림도 다시 살펴보고서야 방 안에 있던 여러 물건들이 아이들의 상상력에 의해 변형되어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으니... 화분에 심어져 있던 팔길이만한 식물이 백오십삼 미터의 나무로 변신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침대 위에 앉아서 세계 일주를 떠나기로 한 네 아이가 발휘하는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문 글자를 비스듬한 이텔릭체를 사용하고, 본문 글자 중에 몇몇 글자를 굵고 크게 만들어-별다른 규칙은 없어 보임- 놓아 두드러지게 해 놓은 편집 형태가 책의 내용을 더 종잡을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하고 엉뚱하고 기발한 내용을 더 실감나게  만들어 주기도 하는 것 같다. 

 아이들의 여행길에는 동반한 친구-귀여운 푸씨와 함펠팜펠 할아버지도 있고, 먹거리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송아지 고기 덩어리와 초콜릿이 널려 있는 섬도 발견하고, 찻숟가락을 담그기만 하면 물고기가 저절로 잡히는 바다에는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밀려들고, 심지어 물고기에 소금간이 되어 있고 가재 소스까지 뿌려져 있으니 말이다. 오렌지 폭탄 세계를 받아 풀이 죽기도 하고, 푸딩을 먹고 있는 생쥐들의 인색함에 화를 내다 그들이 내는 이상한 재채기 소리에 도망치기도 하고, 파란 병 속에 사는 친절한 파리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아이들은 여러 해가 지난 뒤에도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할 밤을 보낸다.  

  현실 공간과 상상력이 발휘된 이야기 속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사실적인 그림 스타일로 표현하였으며, 줄거리가 있는 작품이 아니라 산만한 점도 있긴 하지만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작가 소개글을 보니 에드워드 리아가 '넌센스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진다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 명칭에 공감이 가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마지막으로 앞속지와 뒤속지의 그림을 놓치지 말고 이 책이 주는 재미를 100% 만끽하자.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아이의 침대방이 과연 네 아이의 세계일주 후에 어떻게 변했을까? 본문 마지막 장면에서 보이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어른들의 표정으로 짐작이 갈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우리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난 뒤에 방이 어떻게 변하는지 떠올려 보든가~ @@
-우리 아이들에게도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서 황당하면서도 기발한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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