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 안데르센 걸작그림책 3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김서정 지음, 김동성 그림 / 웅진주니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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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그림책은 코가 빨개져 엄마를 기다리던 아기를 오래도록 가슴에 담아두게 하는 <엄마 마중>이라는 그림책으로 유명해진 김동성씨가 그림을 맡았는데 전작의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중국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를 세밀하면서도 화려한 그림 솜씨로 담아냈다. 사찰의 고색창연한 처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중국 황실의 복도나 금으로 치장한 것 같은 휘황찬란한 용상과 침실에서는 섬세함이 느껴진다. 황제를 다른 사람들의 몇 배에 가까운 거대한 모습으로 묘사하여 그의 권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40여명에 가까운 신하들의 얼굴 표정에는 각각의 개성이 담겨있다. 또한 신하들의 과장된 표정이나 자세에서는 익살스러움이 느껴지는지라 등장인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솔솔 하다.

 처음으로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를 듣게 된 황제는 그 아름다운 소리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고 이후 나이팅게일은 궁궐에 살게 되지만 새장에, 산책을 나갈 때면 다리에 비단 리본을 달아야 하는 생활을 하게 된다. 나이팅게일이 열두 명의 신하가 각기 붙잡고 있는 비단 리본들을 다리에 매고 산책을 나가는 장면은 호화로운 궁궐에서의 생활이지만 자유가 구속된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날 황제는 태엽을 감아주면 진짜 새처럼-그러나 항상 정해진 대로만- 노래를 부르는, 갖가지 보석으로 치장한 조각품 새를 선물받고, 궁궐 안의 사람들은 조각품 새에게만 노래를 시키고 총애를 하자 나이팅게일은 궁궐을 떠나고 만다. 조각품 새는 일년 만에 고장나버리고, 세월이 흘러 황제가 병에 걸려 누웠을 때 나이팅게일이 다시 찾아와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어 황제의 병을 낫게 한다. 이 내용 자체는 어렸을 때 읽어서 기억이 나지만  작가가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 때는 왜 그걸 살펴 볼 생각을 못했을까... 

 내가 여전히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즐겨 보는 것은 재미가 있기도 하지만 어릴 때 인상 깊게, 또는 감동을 느꼈던 이야기의 저자를 알게 되고 그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이나 작가의 숨겨진 의도 등을 새롭게 조명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궁궐 사람들이 새를 찾으러 나가서 다른 동물들의 울음소리에 '저 소리다~'하며 아는 척을 하는 것이나 나이팅게일을 처음 보았을 때 볼품없다고 중얼거리는 것, 궁궐 사람들이 조각품 새에게 열광하는 반면 백성들은 진짜 새와 닮기는 했으나 뭔가 부족한 것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등을 통해 작가는 내면과 진실한 아름다움보다는 외면을 중시하고 기교와 화려함을 선호하는 지배계층의 속물근성을 풍자하고 있다. 이 책 덕분에 안데르센은 꾸밈없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던 '예니 린드'라는 가수를 짝사랑한 경험을 소재로 <나이팅게일>을 썼으며 '조각품 새'가 기교적으로 부르는 가수를 상징화 한 점 등도 알게 되었다.   

- 사실 책정보를 볼 때만 해도 작가가 서양인인데 이야기의 배경이 중국이라니... 혹시 줄거리만 빌려오고 작가가 이야기 배경이나 사소한 부분들을 각색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잠깐 했었다. 나중에 관련 자료를 검색해 보니 당시 유럽에서 신비하게 여겨지는 동양을 소재로 한 그림이나 글을 쓰는 것이 유행이어서 안데르센도 그 영향을 받아서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책에 등장하는 나이팅게일은 일명 '밤꾀꼬리'는 주로 유럽 쪽에 서식하는 새라 이 이야기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점에서 오류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한자어로 '황조'라고 불리는 꾀꼬리는 아시아에도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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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08-3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째 이 리뷰를 붙잡고 있으면서 몇 번을 고쳐가며 쓰긴 했는데, 기교적인 면보다 소박함과 진실함을 강조한 안데르센의 이야기에 대한 리뷰이거늘 지나치게 기교적으로 쓴 것 같아 내내 찜찜하다.

2005-08-31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