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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특별한 아이 - 동화보물창고 7 ㅣ 그림책 보물창고 7
안네마리 노르덴 지음, 김흥인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아이들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것은 또 한 명의 사랑하는 가족이 생기는 기쁜 일이기 보다는 자신에게만 향해 있는 엄마, 아빠의 사랑을 빼앗아가는 존재의 출현으로 비쳐지기 쉽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엄마가 다른 집 아이를 예뻐하거나 잠시 안아주는 것조차 질투하여 그 아이를 밀어내려고 하거나 싫어하는 내색을 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엄마가 동생을 낳는 것이 아니라 슈퍼마켓에서 만난 아주머니의 부탁으로 미리암이라는 여자 아이를 오후시간까지 봐주는 일을 맡기로 하면서 외동아들인 필립이 겪게 되는 심리적인 변화를 그려내고 있다.
엄마는 동생이 없는 필립에게 모든 관심이 향하는 것이 두 사람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리암의 보모 일을 맡았으면 하는 의견을 밝히는데 필립은 그 일을 '반대'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엄마를 이해를 할 수 없다며 반대의사를 밝히던 아빠가 미리암 모녀를 보고는 좋은 사람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니, 반대 의견을 말했던 필립으로서는 한 편이라고 생각했던 아빠에게 배신을 당한 기분이 들 것이다. 이렇게 어떤 상황에 직면하여 주위 사람들이 갑자기 자신의 편이 아니라고 여겨지게 되면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주는 것 없이 괜스레 미워지게 된다.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니 필립은 미리암을 만나기 전부터 적대적인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중에는 엄마의 사랑이 나뉘진 것 같은 느낌에 이어 페터에게 동생을 빼앗기는 기분, 여자 친구를 빼앗기는 느낌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다보니 필립 자신도 자기 마음을 잘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필립은 엄마의 심부름으로 둘이서 장을 보러 가면서 미리암의 아빠가 자동차 사고로 돌아가신 것을 알게 된다. 미리암이 그처럼 길 건너는 것을, 심지어 건널목에 녹색불이 들어온 상황에서조차 길 건너는 것을 겁내는 것은 다름 아닌 아빠의 불행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제 스스럼없이 자신의 손을 잡는 미리엄에게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의 비밀 장소를 알려주며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공유하기로 한 필립의 모습에서 마침내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에게 애정을 가지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필립은 공원에서 미리엄을 잃어버린 사건을 통해 미리암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깨닫는다. 꼭 타보고 싶던 경찰차를 타는 행운을 함께 기뻐하는 필립에게 미리암은 이제 남이 아닌 소중한 가족이자 친구인 것이다.(삽화의 인물표현에 좀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