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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랄린 - 닐 게이먼이 어린이를 위해 쓴 공포판타지 ㅣ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20
닐 게이먼 지음, 데이브 맥킨 그림, 노진선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딸아이들이 겁이 많은 편이어서 '공포판타지'물은 아직 접해주어 본 적이 없던 터라 '아이들을 위한 공포의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하는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어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낀 것이지만 공포물을 읽으면서 공포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상상력을 발휘하는가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나의 넘치는 상상력을 마음껏 부풀려 이 책을 읽은 덕분에 어린이를 위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소름이 돋아나는 공포를 경험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 이 책이 '공포판타지'라고는 하나 피를 철철 흘리는 귀신들이 난무하는 저급한 공포만화물과는 차별화하여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공포물은 독자에게 오로지 공포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인데 비해 이 이야기에 내포된 공포는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하나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새 집에 이사 온 코랄린은 손님방에 있는 갈색 문에 호기심을 가지지만 그 문은 벽돌로 쌓아올린 벽에 막혀 어디로도 통하지 않게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후에 다시 그 문을 열어보자 벽은 사라져 있고, 코랄린은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문 안으로 들어간다. 미지의 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이끌림... 그 복도 끝에서 코랄린이 발견한 것은 자신이 사는 집과 아주 비슷한 곳, 그리고 엄마와 비슷해 보이긴 하나 어딘가 다른, 백지장처럼 하얀 여자. 그녀는 자신이 코랄린의 다른 엄마라며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 왔노라고 말한다. 이미 만들어져 있거나 냉동된 것으로 닭고기 요리를 하는 엄마나 코랄린이 손도 대지 않는 이상한 요리를 내놓는 아빠에 비해 이 세계의 엄마는 너무도 맛있는 점심을 차려주니 코랄린으로서는 마음이 혹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의 집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곳,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신기한 장난감들이 가득 찬 아이방이 있는 곳이라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대신 진짜 엄마, 아빠가 없다면? 과연 그런 상황에 직면한 아이들의 선택은 어떤 것일까? 코랄린은 검은 실뭉치와 바늘, 검은 단추 두 개를 들고 와 영원히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하는 다른 엄마의 말을 거절한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오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진짜 부모님은 사라져 버렸고 이제 코랄린은 부모님과 거울 뒤에 갇힌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다른 엄마에게 자신이 지게 되면 영원히 그 세계에서 살겠노라는 위험한 게임을 제안하고서....
이 책의 저자인 닐 게이먼은 <멋진 징조들> 같은 SF소설이나 호러물 시리즈인 <샌드맨>의 제작자이자 스토리 작가로서도 유명한 모양인데 내가 그의 책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금붕어 두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이라는 그림책을 통해서였다. 그 때는 책의 저자가 주로 어떤 책을 쓰는 작가인지 알아보려는 생각을 못했던 터라 이런 정보는 알지 못했고 <코랄린>에 '닐 게이먼이 어린이를 위해 쓴, 공포판타지'라는 부제가 눈길을 끌어서 그의 저서들을 찾아보고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3학년인 아이에게 읽어보라니 하니 처음에는 무섭다고 안 보겠다는 반응을 보이더니 마침 읽을만한 새 책이 없는 것이 계기가 되어 읽어보고 나서는 "뭐, 별로 안 무섭네!"하면서 동생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기까지 한다. 아이에게 접해 주는 첫 번째 공포판타지 동화임을 감안해 볼 때, "나는 우리 엄마가 제일 좋아요."라는 말을 하게 만드는 이 작품이 제법 성공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점을 감안해서 별 점을 조금 더 후하게 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