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송 미래그림책 34
마리오 라모스 그림, 라스칼 글, 곽노경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에 남편이 지인으로부터 강아지를 얻어왔는지라 집에서 키우게 되었는데 우리 아이들이 강아지가 좋답시고 하는 행동을 보면 꼭 이 책에 나오는 곰, 오르송 같다. 자기 딴에는 좋다고 목 부위를 덥석 끌어안기도 하고, 장난친다고 딱딱한 장난감으로 치는 등, 강아지 입장에서는 오히려 괴로운 행동들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강아지도 자신을 괴롭히는 존재로 인식되는 아이들이 반가울리 없으니 불러도 잘 가지 않고, 안으려 하면 으르렁거리며 아이 품에서 벗어나서 도망가려고만 하는 것이다. 아이도 자기 딴에는 같이 놀고 싶고, 귀여워해주고 싶은데 곁에 오려고도 하질 않으니 속이 상할 노릇이리라...

숲 속에서 가장 크고 힘이 센 곰, 오르송. 물가에 서서 슬픈 표정으로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는 곰의 표정을 보니 무척 상심해 있는 것 같다. 다른 동물들이 오르송을 멀리하는 탓에 그렇게 슬픈 얼굴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오르송을 가까이 하지 않으려는 동물들에게도 이유가 있는 것이, 산토끼와 거북이는 오르송과 숨바꼭질을 하다가 숨 막혀 죽을 뻔하기 하고, 붉은 사슴은 뿔이 부러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오르송에게 그렇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자신의 힘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상태에서 행동하다보니 상대에게 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지성이면 감천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마지막 장면을 읽는 순간 아기곰을 향한 오르송의 사랑이 새 생명을 부여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도 간절하였음을 느낄 수 있어 코끝이 찡해졌다. 작은 아이는 '나뭇잎이 붉게 물들어 갈 때"가 무엇을 뜻하는지 금방 이해가 되질 않아서인지 나에게 물어오기도 했는데 가을이라는 계절을 이렇게 시적으로도 표현할 수 있음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가냘픈 목소리의 주인공이 아기곰 인형인 것을 알게 되고는 이 책을 "감동적인 책"이라고 이야기 하는 아이가 사랑이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조금은 깨닫게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 깨달음으로 내 가족, 친구, 이웃에게 자신의 사랑을 나누어주며 살아가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