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구판절판


언젠가 아버지 서점의 단골 고객 한 사람이 진정으로 마음을 열어준 첫번째 책처럼 한 독자에게 그토록 많은 흔적을 남기는 대상은 거의 없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 첫번째 이미지들, 우리가 뒤에 남겨두었다고 생각하는 그 말들의 울림이 평생동안 우리와 함께하며 우리 기억에 하나의 궁전을 새겨놓는다. 조만간-우리 얼마만큼의 책을 읽었는지, 얼마나 많은 세계를 발견했는지, 얼마를 배우고 또 잊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다시 돌아갈 그 기억에 말이다.-17-18쪽

만일 내가 아주 우연히 저 무한한 묘지 사이에 있는 이름 모를 단 한 권의 책에서 온 우주를 발견했다면, 더 많은 수만 권의 책들이 알려지지 않고 영원히 잊혀진 채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피할 수 없었다. 나는 버려진 수백만의 페이지들, 주인 없는 영혼들과 우주들에 둘러싸여 있음을 느꼈다. 그것들은, 그 도서관 담 바깥에서 맥박치는 세상이 더 많은 것을 잊어갈수록 더 현명해진다고 느끼면서 날마다 부지불식간에 기억을 잃어가는 동안, 어두운 대양에 가라앉고 있었다.-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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