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 이야기 0100 갤러리 7
로베르토 인노센티 그림, 루스 반더 제 글, 차미례 옮김 / 마루벌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겉표지을 보는 순간 '어!' 하는 소리가 바로 나왔다. 인터넷 서점 이미지로 볼 때는 전혀 몰랐는데 앞쪽 겉표지에 별 모양으로 구멍이 나 있다.-겉표지에 나온 별 모양은 우리가 흔히 별모양으로 여기는 것이고, 육백만 개의 별이 진 민족, 유대인들의 가슴에 달렸던 다윗의 별은 이와 다른 모양이다.-  책 내용을 읽으면서 수용소로 보내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눈물부터 났다. 둥그스름한 모자를 쓰고 총을 걸친 독일 군인들, 화물 기차안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보퉁이를 든 사람들의 행렬... 흑백톤의 이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쉰들러 리스트>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그 때는 빨간 옷을 걸친 여자 아이가 가슴에 남았었는데-살아남길 바랐는데 안타깝게도 결국 죽었다- 이 그림책에서는 역에 덩그라니 남은 하얀 유모차가 가슴에 남는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실화라고 한다. 수용소로 향하는, 즉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화물기차 안에서 자신의 아기를 바깥으로 던진 엄마의 마음... 소중한 아기를 자신의 품에서 떼어내서 낯선 바깥세상으로 던질 때에는 그 아이가 살아남기를 간절하게 빌었을 것이다. 엄마의 소망대로 그 아이, 에리카-아이를 거두어준 분이 지어준 이름임-는 잘 자랐으며, 가정을 꾸미고 새로운 생명을 낳고, 그 자식들이 또 자손을 낳으며 새로운 세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로베르토 이노센티가 그렸다는 실사처럼 여겨지는 그림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로베르토 이노센티의 <마지막 휴양지>라는 그림책은 군침만 흘리다 구입하지 못하고 이 책으로 그의 그림을 처음 접하는데 사실적인 느낌이 드는, 매우 섬세한 그림을 보니 더 구미가 당긴다.

 전쟁은 동의할 수 없는 명분을 내세우며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곤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촌 어느 곳에서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별들이 지고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어 삶을 이어나가고 있겠지.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명분을 내세우기 전에 하나의 별처럼 소중한 사람들의 생명을 먼저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을 다 보고 가운데 부분이 천으로 처리되어 있는 겉표지를 손으로 쓸어보고 있는데 아이가 겉표지를 보더니 "야~ 별이다"하면서 신기해 한다. 그래서 앞표지를 펼쳐들고 별을 사이에 두고 아이와 입맞춤을 나누었다. 그래 너는 나의 별이야... 소중한 생명을 가진 나의 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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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8 23: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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