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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었어!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50
폴 플레이쉬만 지음, 김경연 옮김 / 국민서관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밤에 갑작스레 전기가 나가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전기제품이 보편화 되어 있다 보니 막상 정전이 되면 촛불을 켜는 것 이외에 달리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TV도 안 나오고, 컴퓨터도 사용하지 못하고, 오디오로 음악을 들을 수도 없고(건전지 사용하는 워크맨은 별도), 심지어 책을 보기도 어렵다. 이럴 때는 한 이불 속에 들어앉아서 재미난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듣는 것이 제 맛이지 싶다. 옥수수 같은 주전부리가 있으면 더욱 좋겠고! ^^ 책 속에 등장하는 손녀는 전기가 나가자 심심해 죽겠다고 하고, 할머니는 뜨개질을 이용해 손녀와 똑같이 아홉 살이었던 한 여자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하신다.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이야기 속의 여자아이는 가지고 놀 장난감이 낡은 끈뿐이라 그걸로 여러 가지 동물 모양을 만들곤 하는데 어느 날 숲에서 아이를 따라 온 개 한 마리와 친구가 된다. 떠돌이 개는 종종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곤 했는데 한 번은 닷새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지라 아이는 아침 일찍 개를 찾아 나선다. 몇 시간이나 휘파람-이 대목에서 아이들은 휘파람을 어떻게 부느냐고, 가르쳐 달라고 조르곤 함-을 불어도 나타나지 않는 개를 찾아다니다 보니 눈발은 거세지고 마침내 길을 잃어버린데다가 날까지 저문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울거나 당황해서 헤매기 십상일 텐데 이 여자아이, 참 차분하고 임기응변에 능한 면모를 보여 준다. 어린 나이인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모습이며 딸아이들이 닮았으면 하는 침착함과 강인함이 엿보인다.
여자아이는 주머니에 든 작은 음식 조각을 아껴먹을 줄도 알고, 자기 몸집의 두 배나 되는 나무를 움직여 잠자리도 마련하고, 음식(개암)도 마련한다. 그리고 별자리를 알아 북극성과 지팡이를 나침반 바늘로 삼아 방향을 찾아내기도 하며, 영리하게도 눈 신발을 만들어 신기도 한다. "가진 것 속에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낼 줄" 아는 아이는 마침내 개를 찾아 집으로 돌아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며 이야기를 마치며 할머니는 이 이야기가 실화라고 알려 주신다. 그 이야기 속의 여자 아이가 누구인지 짐작이 가시려나~. 할머니가 이야기에 나오는 것-외양간 문, 개의 머리, 활, ...북극성, 집-들을 실뜨기로 모양을 만들어 보여 주는데, 각장마다 오른쪽 하단에 손으로 만든 실뜨기 모양이 그려져 있다. (이것들을 연결 동작으로 만드는 방법은 뒤쪽에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음)
큰 아이가 학교에서 실뜨기 하는 것을 배운 적이 있는데 요즘도 아이들은 나에게 끈을 준비해서 실뜨기를 하자고 종종 졸라대곤 한다. 손가락이나 손을 이리저리 놀릴 때마다 새로운 모양이 나타나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모양이다. 실뜨기를 처음 배울 때는 손가락을 실의 어느 부위에 걸거나 넣어야 하는 줄 모르고 서투른 탓에 헝클어질 때가 많았는데 좀 익숙해지고 나니 이제는 날렵한 손질로 실뜨기를 제법 잘 하게 되었다. 문제는 나나 아이들이나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 손질을 잘 모르는 터라 몇 번 손질을 하다 보면 같은 모양이 자주 나타나서 난감해지곤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실뜨기 모양은 우리가 흔히 만들어 내는 것과 좀 다른 모양들인데 잘 해내려면 아무래도 연습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