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랑 둘이서 동화 보물창고 6
마를리스 바르델리 글, 롤란드 탈만 그림, 김서정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메를레와 아빠가 바다로 떠나기 전, 홀러루프라는 마을에서 지낸 기간 동안의 일들을 간결한 문체의 글과 연필 스케치로 그린 그림을 곁들여 들려주고 있다. 주인공인 메를레... 엄마는 천사이고, 아빠는 화가, 그리고 살고 있는 곳은 자동차 집이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마음 가는 것에 따라 떠날 때를 결정하는 이들을 보니 유랑생활을 하는 집시가 떠오른다. 너무 작아서 앉을 수도 없는 부엌을 가장 편안하게 여기는 메를레는 이름(지빠귀)을 지은 엄마의 소망과 달리 노래를 못 부른단다. 노래는 아는데, 곡조는 머리 속에 떠오르는데 실제로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노래는 영 딴판인 거... 내가 바로 그 짝이다. 한마디로 음치... 듣는 사람이야 괴롭겠지만 노래를 못 부른다고 해서 부르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메를레가 노래는 잘 못 부르지만 화가인 아빠의 재능을 이어 받아서인지 그림을 잘 그리고, 비록 글자를 몰라 적어 두지는 못하지만 시를 쓸 수도 있단다. 

 예술가적인 기질이 다분한 이 두 부녀는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아빠가 챙이 넓은 모자를 쓰면(화가는 원래 그렇게 한다는데, 정말일까? ^^) 메를레도 챙이 넒은 작은 밀짚모자를 쓴다. 화가의 딸은 원래 그러는 거라나~ 햇살이 비치는 풀밭에서 각자 캔버스를 앞에 두고 그림을 그리는 닮은꼴의 두 사람의 모습을 머리 속으로 그려보니 풀벌레들이 윙윙거리며 주위를 날아다니고 졸졸졸~ 흘러가는 개울물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려오는 곳에서 평온한 오후의 고즈넉한 한 때를 누릴 수 있는 그들이 부러워진다. 처음에 표지에 사용된, 연필로 데생한 흔적이 드러나도록 하고 그 위에 색채를 드러낸 그림을 보면서도 그림을 배우지 못한 것-그림을 배웠다면 우리 아이들도 예쁘게 그려줄 수 있지 않았을까-이 아쉽게 느껴졌는데 이 두 사람이 연출하는 모습이 뭉글뭉글 솟아오르는 아쉬움의 불길에 더 부채질을 한다. 그림이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돌멩이를 올려놓고 팔아야 하는 메를레 아빠의 모습에서 길거리 예술가의 비애가 느껴져 마음이 아파지긴 했지만...

 메를레는 홀러루프에서 학교에 다니게 된 규율이 정해져 있는 학교생활은 그리 순탄치가 못하다. 선생님으로부터 거미를 놓아주러 수업시간 중에 나가서도 안 되고, 알파벳에 그림을 그려도 안 되고, 민들레가 꽃밭에서 꽃을 피우면 뽑아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아이는 바로 그 순간 거미 한 마리가 소중하고, 알파벳에서 여러 가지 것들을 상상해 내고,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민들레도 하나의 예쁜 꽃일 뿐인데....  그래도 이 곳에서 헤르베르트와 친구가 되고, 트랙터에 태워준 야콥 아저씨, 아는 노래도 많은데다가 지칠 때까지 노래를 부르는 마르가레트 할머니, 장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와야 해서 늘 피곤해 하는 해젤바르트 할아버지 등과 사귀게 된다. 메를레와 아빠가 이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먹긴 했어도 잠시나마 이웃으로 지냈던 사람들과 작별을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부녀가 그려 넣은, 꽃이 핀 들판, 파란 하늘, 천장에는 별이 빛나고 한 쪽에는 달이 떠 있는 방에서 살게 된 헤르베르트도, 강에 다리를 놓기로 마음먹은 메를레 덕분에 앞으로 먼 길을 돌아가지 않아도 된 해젤바르트 할아버지도 종종 메를레를 그리워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과 일일이 작별인사를 나누지 않고 조용하게 마을을 떠나는 부녀를 보며 이제 겨우 가까워져 마음을 나누기 시작한 이웃을 떠나보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안녕~ 메를레. 먼 훗날 너를 다시 만났을 때 시인이자 화가, 그리고 자기 안에 울리는 소리를 그려낼 줄 아는 작곡가가 되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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