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모든 것의 정복자 곤충 - 인간과 곤충의 유쾌한 계약
메이 R. 베렌바움 지음, 윤소영 옮김 / 다른세상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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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은 알게 모르게, 또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게 우리들 근처에 살고 있으며 대부분의 곤충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이웃이자 불청객이다. 알려진 종류만 해도 80종이 넘으며 곤충이 발견되지 않는 곳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만큼 그들은 어떤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가고 있다. 곤충의 활동을 통해 인류는 다양한 먹거리를 얻고 있으며 깍지벌레등의 곤충에게서 중요한 생산물을 얻기도 한다. 저자는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도 곤충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은 없다."라고 적고 있는데, 우리가 불청객처럼 여기는 곤충이 사라진다면 인류에게 어떤 일이 일이 생길까?

 요즘 C.S.I라는TV 외화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있는데, 등장인물 중의 한 사람인 과학수사대 팀장이 감식곤충학자로 발견된 시체에 곤충들이 몰려들었을 경우에 여러 곤충의 종류와 성장속도 등을 통해 살해된 시간을 추정해 내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살인자를 잡는 구더기>를 보면 썩은 고기를 찾는 곤충들이 몰려드는 순서도 각기 다르고, 부위도 다르며 사망에 이르게 된 방식도 유추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외에 심야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러다 불만 켜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어 버리는 바퀴벌레 및 부식질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흰개미에 관한 이야기, 수서곤충들이 산소를 얻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육식이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까닭과 매복 포식자인 사마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맛있는 곤충>에서는 곤충들의 자기방어 전략이나 수단 등을 엿볼 수 있다. 회색가지나방의 은폐색-환경문제와도 관련된-에 관한 예나 자벌레의 나뭇가지 흉내 내기 등의 다양한 위장수단은 곤충들이 자신의 목숨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해낸 방어기재들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곤충들이 포식자들에게 잡아먹히며 사실 인간도 곤충을 잡아먹는 포식자에 속한다.현대의 문명인들은 곤충을 먹는다는 것에 혐오감을 표하지만 사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곤충이나 곤충의 애벌레, 알 등을 먹으면서 살고 있다. 

 초식곤충들과 식물의 관계나 염료산업, 생물학적 방제에 이용되어 온 깍지벌레를 비롯한 누에, 벌 등-심지어 파리도- 곤충들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유용한 면들이 많음에 놀라게 된다. 충영에 의해 식물의 성장이나 생리적인 기능에 변화가 생기는 점도 흥미로운 현상이며, 거대한 메뚜기 떼가 가져다주는 재앙이나 구더기를 이용한 상처 치료 등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 번쯤 접해 보았을만한 예들이다. 기생절지동물과 함께 곤충 중에서도 인간에게 가장 혐오스러운 부류에 속하는, 인체에 기생하는 이, 벼룩, 모기등과 같은 곤충 종류들을 다루는 <기생충과 숙주>에서 저자는 "사람 종이 진화과정에서 마주친 중요한 적들이 사자나 호랑이, 곰처럼 크고 사나운 포식자가 아니라, 크기가 때로는 1백만 분의 1도 안되는 작은 곤충이라는 사실은 생명 현상의 아이러니이다."라고 적고 있다.

  <곤충과 사람들>에 실린 곤충공포증에 관한 글을 통해 우리가 왜 곤충에게 혐오감과 공포를 느끼게 되는지를 알 수 있는데, 거의 성인에게서만 나타나는 "에크봄 증후군"이라는 병명의 기생충 망상증 환자들이 제일 먼저 접촉하는 전문가가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방역전문가나 곤충학자들이라고 한다. 인류가 곤충에게 미친 영향을 곤충의 시각에서 보면 집중적인 도시화와 개발이 특정한 서식지를 없애버리거나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킴으로서 그 곳에 서식하던 곤충도 함께 사라지거나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산업화 등의 과학 기술 발달이 생태계에서 물질이 순환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거나 에너지가 흐르는 방식이 바뀌어 다른 생물들에게 피해가 가는 등 뛰어난 적응성을 지닌 곤충이 살아가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이 우리에게 경고하는 바를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남편의 병간호를 위해 병원을 오가면서 틈틈이 이 책을 읽었는데, 한번에 쉽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곤충에 관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얻게 되어 좋은 점수를 주려고 한다. 아이들도 건사해야 하느라 오랜 시간동안 책을 붙들고 있을 수 없고 짬짬이 책을 읽어야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굳이 순서대로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한 교양도서이자 곤충에 관한 참고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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