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이와 무명이 작은도서관 16
이경혜 지음, 남은미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유명’과 ‘무명’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두 아이가 한 반이 되었다. 우선 ‘무명’이는 부모님이 바빠서 이름 지을 시간이 없다 보니 아직 이름이 없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고, ‘유명’이는 부모님이 아이가 세상에 이름을 날리는 사람이 되라는 뜻을 담아 지었으니 그 이름만큼 참 다른 이유로 지어졌으며, 또한 두 아이는 성격 또한 참 다르다. 사실 이름이란 것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것인데, 특히 한자의 뜻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고 부르고, 듣기에 좋은 이름을 지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나 또한 상당히 특이한 쪽에 속하는지라 이름에 얽힌 사연이 참 많다. 그래서 어떨 때는 내 이름이 싫어지기도 하고, 평범한 이름을 부러워 할 때도 있는데 반면에 특이해서 세상에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 신기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무명이는 개구장이 같은 사내 아이이고, 유명이는 신체적인 결함을 지닌 여자아이다. 얼굴 반쪽을 그늘처럼 덮고 있는 얼룩이 있어 그것을 숨기기 위해 한 쪽 머리를 늘어트리고 다니는 유명이… 아, 여자아이인데 얼마나 속상할까! 그런 상처가 있다면 남자 아이라고 다르겠는가 마는 어쩔 수없이 그런 생각부터 들었다. 나는 제법 큰 화상 흉터가 다리에 나 있는 것을 커다란 콤플렉스로 여겨 그것을 가리기 위해 치마는 거의 입지 않는 편이다. 유명이는 가장 가리기 힘든 얼굴에 그처럼 큰 얼룩이 있으니 다른 아이들의 말끔한 얼굴을 보면서 얼마나 큰 열등감을 느끼겠는가.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사람을 기피하게 되기 마련인지라 친구 없이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학기 첫날부터 무명이가 친구들 앞에서 대놓고 ‘얼룩이’라고 불러 댔으니 한기가 뻗칠 만도 하지….

두 아이의 적대적 관계가 해소되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잠깐 눈물 짓기도 했는데, 유명이와 무명이의 이야기 외에도 사랑의 매를 강조하곤 하는 방구호 선생님과 개성 있는 친구들간의 에피소드도 양념 구실을 하여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을 회상해 보기도 했는데, 특히 멋진 반장과 짝이 되는 건 상당히 어깨가 으쓱해지는 일임을 나도 경험했던 터라 나희의 기분이 이해가 간다. ‘누구 누구는 연애한대요~’ 이런 친구들의 놀림이나 칠판의 낙서 등도 낯설지 않은 추억들을 되살려 주는 에피소드로 작용하고 있으며, 여름방학이 지난 뒤 쑥쑥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우리 아이도 이렇게 훌쩍 커버릴 날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유명이와 무명이」를 통해 예전의 나의 모습, 그리고 미래의 내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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