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의 매력 1
브루노 베텔하임 지음, 김옥순.주옥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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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란 특정한 나이가 된다고 해서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며, 더구나 어른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이해되는 것도 아니다. 삶의 의미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정신적 성숙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정신적 성숙은 오랜 시일에 걸친 자아 발전의 최종적 결과이다. 그러므로 나이를 먹으면서 그때마다의 정신연령과 이해 수준에 알맞게 고민하며 탐색한 의미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삶의 의미가 찾아지는 것이다.-13쪽

한 사람의 무의식 속의 생각을 해석하는 것, 즉 잠재의식에 남겨 두고 싶은 것을 의식으로 떠올리게 하는 것은 항상 의식을 침해하는 일이 된다. 특히 어린이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부모와 함께 옛이야기를 즐김으로써 서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만큼이나, 자신이 마음먹기 전까지는 자신의 내면을 부모에게조차 숨기고 싶은 느낌도 어린이가 느끼는 행복감의 중요한 요인이다. 만약에 부모가 그걸 이미 알고 있다고 밝히는 행위는 은밀하게 간직했다가 나중에 함께 나눈다는 즐거움, 즉 어린이가 부모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을 어린이에게서 미리 빼앗는 결과를 가져온다.-34쪽

어린이에게 "실제의 현실 속" 이야기(어린이의 내부 현실과는 들어맞지 않는)만 들려준다면, 어린이는 자기의 내부 현실의 상당 부분이 그의 부모에게는 용납이 안된다고 결론짓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많은 어린이들이 자기의 내면 세계로부터 스스로를 소외시키고 정신적으로 빈약해진다. 그 결과 어린이가 자라서 부모의 정서적 영향권을 벗어나는 사춘기가 되면, 합리적인 세계를 증오하게 되고 유년 시절에 잃어버렸던 것들을 보충하려는 듯 환상적인 세계에 탐닉하게 된다.-108쪽

많은 어른들이 어린 시절에 옛이야기의 메세지에 접하여 도움을 받았다면, 그들은 마땅히 어른으로서 자기의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공부가 무엇인지 생각해야지, 아이가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위협을 느낀다면 얼마나 바보스러운 부모인가를 희미하게 깨닫는다. 특히, <세가지 언어>에서 반어적으로 꼬인 부분은 아들을 공부시키려고 먼 곳의 선생들을 택한 것은 아버지 자신인데도 선생들이 아들에게 가르쳐 준 것에 격노하는 것이다. 요즘에도 부모가 어린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서 아이가 거기서 무엇을 배웠으며 그 공부가 아이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가에 대해서 분노를 터뜨리는 경우가 있는데, 역사적을 비춰 보면 결코 새롭지 않다.-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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