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빔보가 내친구 작은거인 8
마르틴 아우어 지음, 이유림 옮김 / 국민서관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빔보는 엄마, 아빠에게 졸랐습니다. 
 "나, 새 한 마리 사 주세요."

 만약 우리 아이가 빔보처럼 "새 한 마리 사 주세요."라고 말한다면 나는 어떤 대답이 할까 생각해 봤는데 애완동물을 집에서 기르려면 여건도 갖추어야 하고,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을 터이니 흔쾌히 그러자고는 못할 것 같다. 그렇긴 해도 빔보의 엄마, 아빠의 대답은 좀 웃긴다. 빔보가 예쁜 새 한 마리를 사서 같이 잠도 자고, 음식도 나눠 먹는다는 말을 할 때까지, 엄마, 아빠는 "어머나, 세상에!", "저런, 저런, 저런!"이란 말을 연발한다. 이 책을 한 번만 읽어줘도 아이들이 이 말은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해 두지 싶다. 오늘 읽어줄 때도 엄마, 아빠의 이 대사가 나오면 작은 아이가 대신 하게 했는데 엄마 목소리는 가느다랗게~ '어머나~ 셋상에~'하고, 아빠 대사는 저음으로 깔아서 '저런~저런~ 저런~'하는데 나름대로 목소리 변조하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

 엄마가 "새는 우리 집에서 못 길러!"라고 하고, 아빠도 한 마디 거드니 빔보는 떼쓰는 아이마냥 "당장 쓰러져 죽을 거예요."라고 하고 드러누워서 죽은 척을 한다. 물론 그래 놓고는 할 말은 다 하지만 말이다. 엄마, 아빠가 허락을 한 후에 빔보가 데려온 새는 '예쁘고 하얀 새'이긴 한데 상당히 크다! 빔보는 새를 새장 속에 가둬 키우고 싶지는 않단다. 빔보가 바라는 것은 자기랑 밥도 먹고, 잠도 같이 자는 형제나 친구 같은 존재인 것이다. @@ 빔보는 또 한 번 죽은 척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지만 이런 행동은 한 번 정도 효과가 있지, 또 써먹어 봤자 통할리가 없다. 속으로 다음에 아이가 바라는 것이 있을 때 빔보의 행동을 따라할까 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길바닥에 드러누워 울며불며 떼를 쓸-우리 아이들이 그런 적은 한 번도 없긴 하지만- 나이는 지났으니 따라 하더라도 빔보가 하는 정도만 하지 싶다.

 집을 나간 빔보와 백조는 거인을 만나게 되는데 빔보의 말에 약이 오른 거인-머리스타일이 꼭 동네 양아치풍이다-이 이 둘을 한 입에 삼켜버리고 만다. 그리곤 트림을 하니 꽃이 모두 시들어 버리는데 이 장면을 보니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책 '슈렉'이 생각난다. 슈렉처럼 이 거인의 트림도 상당히 독한 기운이 뻗쳐 나오는 모양이니 근처에 가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그런데 백조가 거인의 뱃속에서 푸드덕! 푸드덕! 거인의 속이 편할 리가 없는지라 결국 입을 열고 빔보와 백조를 내보내는데 그 둘만 나오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헉! 페이지를 넘기니 거인이 요즘 먹은 것들이 줄줄이 따라 나오는데, 그 목록을 적은 것이 종이 한 면을 가득 메울 정도이다. @@;(먹은 것이 줄줄이 나온다니 큰 아이가 웩~ 그런다. ) 

 거인의 뱃속엔 별별 것들이 참으로 많이 들어 앉아 있었으니, 코끼리도 있고, 자전거, 나무, 아이들, 동물들, 벼룩까지... 이 많은 걸 다 읽어주고 겨우 한 숨 돌렸는데 끝이 아니다. 집에 돌아간 빔보가 지저분하니 씻으라는 엄마, 아빠에게 "거인이 토해 낸 것들, 이제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아오 돼요?"라고 묻는다. 윽! 또 한 번 앞서 나온 목록(?)을 줄줄이 읊어야 한다. 헥헥...(조금 빼먹어도 아이들이 몰라야 할 텐데...^^;;) 이 많은 것들이 아이 방에 다 들어가다니, 아이방에 상당히 큰 모양이다. 이럴 땐 나도 "어머나, 세상에!"

이 책에는 이야기를 연극으로 꾸밀 수 있는 방법도 몇 가지 제시하고 있는데, 종이로 주인공을 만들거나 그림자극 공연을 해 봐도 좋을 것이란다. 그러나 가장 재미있는 건 역시 아이들이 직접 연기를 해 보는 것이라고 하니 기회가 되면 아이들과-아빠가 동참을 해주면 좋을텐데-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특히 엄마는 "어머나, 세상에!",  아빠는 "저런, 저런, 저런!"이란 말을 수시로 하니 만일 이 내용을 아이와 연극으로 재현한다면 엄마, 아빠는 대사가 생각안날 때 저 말로 밀어붙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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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9 1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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