뢰제의 나라 푸른도서관 1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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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판타지 작품을 선호하는 편인지라 그 점에 끌려서 읽기로 마음먹은 책인데 이 작품은 저자가 선도의 경전인 <옥추보경>을 공부하면서 여러 신들이 등장하는 천상 세계에 매료되어 글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이우혁의 '왜란종결자'란 책의 내용이 생각났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다함'이가 저승사자의 실수로 저승에 가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라는 그림책에도 등장하는 동양의 상상의 동물인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뢰제의 신수로 등장하여 재미를 더하고 있다.

신라의 화랑 '사다함'의 이름을 딴 다함이는 어릴 때 아빠를 여의고 엄마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나시고 외갓집에서 여동생 다예와 할아버지 내외와 살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두 아이를 부족함이 없이 정성을 다해 보살피시지만, 생일을 맞은 다함이는 돌아가신 엄마가 그립고 생각난다. 왜 안 그렇겠는가... 삼십이 넘은 나이가 되어서도 문득문득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워지고,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친정 엄마가 보고픈데 한참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느끼고 싶은 나이에 양친을 여의었으니 늘 마음 한구석이 채워지지 않은 듯 허전하기만 할 것이다.

 어느날 다함이는 마을에 모습을 드러낸 수상한 사람들의 정체를 밝히려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다. 다함이 할아버지가 아이를 염려하며 생일선물로 써주신 부적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웬일이람. 다함이가 저승으로 오게 된 것은 노랗게 염색한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초보 저승사자의 실수 때문이었던 것이다. 갓을 쓰고 검은 도보자락을 휘날리는 섬뜩한 얼굴의 전형적인 저승사자의 이미지를 탈피한 여러 저승사자들의 모습이나 다함이 동행하게 된, 뢰제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천랑의 애완동물의 이름이 '마리우스'인 것 등은 작가가 극중에 현대적인 느낌을 부여하기 위한 설정인 것 같다. 

- 뢰제의 나라에서 가장 소중한 덕은 믿음, 곧 신뢰이기 때문이다. 그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뢰제의 나라는 질서와 조화의 나라가 된 것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하거늘 저승사자의 실수로 저승에 왔으니 당연히 현실세계로 돌려보내져야 하는 다함이는 어찌된 일인지 독방에 갇혀 있게 된다. 저승을 다스리던 뢰제가 네 대제에 의해 죽은 후 저승의 체계에 문제가 생긴 탓이다. 영혼이 저승에 오래 머물수록 살아 돌아갈 확률은 줄어드는 것이기에 다함은 주위의 도움으로 그 곳을 빠져나와 뢰제를 구하러 길을 떠나게 된 천랑, 운백과 동행하게 된다. 그들, 특히 천랑에게는 그 길이 목숨을 담보로 한 고통스러운 여정이다. 그러나 자신을 의지하는 다함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죽음같은 고통을 참고 견디어 나아간다. 

 저자는 책 내용 속에 네 대제의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인간 세상에 부작용이 나타나 '전쟁이 일어나고 환경이 파괴되고, 폭력과 증오, 탐욕과 이기심으로 악다구니를 써'대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고 표현하고 있다.  네 대제가 뢰제의 신뢰를 무너뜨림으로 인해 나라(저승)가 어지러워진 것처럼 우리 현실의 사회에서 표출되는 전쟁, 살인, 사기, 폭력 등의 어두운 면들은 사람들 간의 믿음과 신뢰가 사라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권선생님의 목소리를 통해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식물이나 동물은 인간의 욕심과 이익추구를 위해 만들어 낸 것이며, 이처럼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거스르는 일이 인류에게 크나큰 화를 미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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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9 1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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