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로 유명한 로렌 차일드의 그림책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해서 그의 작품을 몇 권이나 구입하였는데 저학년을 위한 동화책도 내놓았길래 냉큼 구입했다. 주인공인 클라리스 빈은 여섯명의 가족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평범한 여자 아이다. 늘 바쁜 아빠, 잔소리쟁이 엄마, 골칫거리 동생까지...클라리스는 "소녀 명탐정 루비 레드포트"가 나오는 책에 매료되어 있는데 추리소설을 좋아하던 나의 옛모습을 보는 것 같아 친근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루비 레드포드'는 탐정이라기 보다는 007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비밀요원같다. 클라리스 빈이 무지 싫어하는 윌버턴 선생님은 추리소설을 '배울 거라곤 하나도 없는 책'이라고 치부하는데 이 점은 추리소설을 폄하하는 문학계의 현실-지금은 많이 변하고 있지만-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루비 레드포트가 등장하는 책의 내용이 책 속의 책처럼 조금씩 실려 있어서 책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클라리스는 부유한 환경과 특출난 활약을 보여주는 루비와 자신의 현실을 종종 비교하고 투덜거리기도 하지만 팔딱팔딱 뛰는 것 같은 문체로 인해 심각함보다는 재기발랄함이 느껴진다. 갑자기 학교에 나오지 않는 친구 베티의 의문의 실종(?)과 어느 날 시작된 할아버지의 괴상한 행동, 독서 경연 대회의 우승컵이 사라진 사건등 흥미를 자아내게 하는 요소들이 클라리스의 머리 속을 복잡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로렌 차일드의 그림책에서 볼 수 있는 개성있는 그림들도 볼 수 있어서 반갑긴 했는데 표지 빼고는 모든 그림이 흑백으로 처리되어서 색채감이 없다는 점이 좀 아쉽다. 그림에 색을 입혔으면 로렌 차일드의 톡톡 튀는 그림의 특징이 더 잘 살아나지 않았을까... 그리고 본문 글씨가 일률적이지 않고 글씨체를 다양하게 바꾸거나, 글자 크기를 다르게 해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 글의 배치를 다양하게(물결무늬로~) 하는 것 등도 그림책에서 느낄 수 있는 특징을 보여준다. 그림책에 사용되는 빳빳한 종이를 내지로 사용한 것도 한 특징이고 , 꽃분홍색 끈이 달린 점도 여자아이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