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늑대
미노 밀라노 지음 / 지경사 / 1998년 3월
평점 :
절판


 도시의 여느 아이와 다름없는 삶을 살아 가던 열 두살의 엔초와 숲에서 살기를 고집하는 마리오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엔초는 할아버지와 자연 속에서 보낸 하룻밤을 통해 삶의 중요함,  인생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그런 면에서는 인디언 조부와 함께 살면서 인디언의 실제 생활상과 자연의 이치를 배워가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란 책의 축소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엔초는 처음부터 할아버지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고, 할아버지의 지저분하고 추해 보이기만 하는 겉모습에 거리를 두다가 조금씩 친해진다.

  엔초가 아버지, 아버지의 친구들과 함께 숲에 오게 된 것은 늑대 사냥을 위해서였다. 늑대는 오래 전, 중세시대부터 사람들이 만들어 낸 미신과 편견-마법사의 종이라느니, 늑대 인간 등-으로 인해 무수히 사냥되어 이제는 거의 멸종되어 가는 동물이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동화를 보더라도 대게 사람을 잡아먹는 동물로 묘사되어 있는지라 그 편견은 지속되어 왔다. 현대로 들어서면서 뒤늦은 반성과 늑대의 멸종을 막고 보호하려는 측면에서 이처럼 멸종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을 담은 책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엔초도 늑대사냥을 시작하면서 늑대를 꼭 잡고 말겠다고 다짐하고 정말로 늑대를 발견한다. 숲의 마지막 늑대를.....

 엔초의 할어버지가 살고 있는 마을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점점 황폐해져서 결국 수도도 전기도 끊길 처지에 놓여 있다. 거기다 여든 네살의 고령의 나이다 보니 주위 사람들, 시장이나 조카(엔초의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요양원에서 살도록 강권하지만 할아버지는 숲지기 생활을 고집한다. 할아버지는 결코 숲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들은 할아버진의 진심과 원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신들이 욕먹지 않는 것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 의해 요양원에서 보내지지만 할아버지는 그 곳을 도망쳐 나와 그 먼 길을 걸어서, 차를 얻어 타면서 결국에는 자신의 낡고 쓰러져 가는 집으로 찾아든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엔초가 여자 친구인 멜라니아로부터 들은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도망친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라는 말이다. 늑대 사냥을 위해 찾아간 폰테로사에서 할아버지로부터도 같은 말을 듣게 된다.  다만 멜라니아의 삼촌이 왜 도망을 쳐야 했는지에 관한 설명이 본문에 없는데 이에 대한 보충 설명이라도 뒤에 첨부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배경이 이탈리아이고, 멜라니아의 삼촌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성'때문에 도망을 쳤다는 언급으로 혹시 유태인 학살을 자행하던 독일 지배하에 살아야 했던 유태인이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 볼 뿐...  어린이 책이지만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역사적인 지식이 포함된 배경 설명이 있었더라면 좋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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