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의 거미줄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5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태어난 형제들 중에 가장 작은 무녀리 돼지인 윌버가 자신을 살려준 농장 주인의 딸 펀의 곁을 떠나 살게 된 새로운 농장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각각의 개성이 잘 살아 있다. 같은 단어를 세 번씩 반복해대는 거위 가족은 시끌벅적하긴 해도 이런 이웃도 있어야 부대끼며 사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고, 적절한 때에 도움을 주는 현명한 늙은 양도 무척 마음에 든다. 비록 윌버에게 끔찍한 소식을 전하긴 했지만 늙은 양은 자기 위주에 투덜거리기 잘하는 쥐, 템플턴을 잘 구슬려 나중에 큰 일(?)을 두 번이나 해낼 수 있게 하니 윌버를 전율하게 만든 점은 눈감아 주련다.

애러블 부인이 늘 삼촌네 헛간에서 살다시피 하는 딸이 걱정되어 상담하러 간, 도리언 박사님의 조언은 매우 적절했다고 본다. 이 박사님은 거미가 배우지도 않아도 몸에서 실을 내어 거미줄 짜는 법을 안다는 것이 기적이라고, 사람들이 말을 덜 하면 가축들이 말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분이다. 이런 분이라면 아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미심쩍은 눈길로 바라보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들은 아이들이 그네에서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 아이들은 언제나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물체에 꽉 매달리는 법이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잠깐 웃음이 났다. 요즘 큰 딸아이가 문틀 양쪽에 발바닥을 붙이고 타고 올라가는 것에 재미가 들렸는지 수시로 올라가곤 하는데 나로서는 행여 떨어지지나 않을까 늘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거미줄이 가장 아름답게 보일 때는 안개 낀 날 아침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가느다란 거미줄에 영롱한 이슬 방울들이 올올이 맺혀 햇빛에 반짝이는 것을 볼 때면 정말 눈이 부시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샬롯이 알 주머니를 만든 후 들려주는 말들은 또 눈물자국을 만들어 놓았다. 자기 자식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할 것을 예감하는 그 마음은 어떠할까. 그녀의 쓸쓸한 죽음에 또 가슴이 먹먹했다.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TV에서 방영해 준 영화를 통해서가 아닐까 싶은데, 무척이나 재미있게 보았었고 내용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었다.

  글자를 넣은 거미줄을 짤 수 있는 거미, 샬롯!! 얼마나 특별한 거미인가~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즐거웠고, 감동을 받았고, 과장 같지만 뒷부분에 가서는 슬픔이 무시로 몰려와서 훌쩍거리며 읽어야 했다.  총명하고, 아름답고, 마지막까지 성실했던 샬롯, 그녀를 영원히 기억 속에 남겨 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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