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가자 - 겨울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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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림의 사계절 시리즈는 글도 반복적이고 리듬감이 있어서 좋지만 세밀화로 그린 그림은 어른들이 보기에도 정성과 노력이 가득 담겨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지라 더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흰 색-온 세상이 눈으로 덮였으니-이 주류를 이루는 흑백 그림으로 색조가 빠져 있어 조금 심심한 맛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배경이 겨울이라는 점이 더 잘 드러나는 면도 있다. 사방천지가 하얀 눈으로 뒤덮힌 산골 지방을 머리 속으로 그려보니 그 곳에서는 눈(雪)으로 인해 눈(目)이 부셔서 다른 색들이 절로 퇴색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이 책은 동물 마을의 동무들이 모여 산양 할아버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으러 떠나며서 일어나는 일을 담고 있다. 처음에는 일곱 마리의 동물이 길을 떠났는데 길을 가는 동안 아기 곰은 겨울잠 자러 가버리고, 다람쥐는 도토리 모으러 가고, 아기 너구리는 물고기 잡는다고 시냇물에 뛰어 들어버린다. 남은 동물들은 '그럼 우리끼리 가자', '그래, 그래'하면서 계속 길을 가는데 결국 아기 노루랑 토끼만 남는다. 동물들이 움직이는 모양새를 쪼르르르, 씰룩씰룩, 겅중겅중 같은 여러가지 의태어로 표현하였는데 네글자 속에 동물들의 움직임이 잘 드러나 있다. 음, 뒤뚱뒤뚱~은 어느 동물이 걸아가는 모양새일까~  

아기 토끼가 여우에게 잡아 먹힐 위기에 빠져서 달아날 때 구세주로 나타난 것은 산양 할아버지! 나는 '산양이 무서운 동물이던가?' 하는 의문을 가질 적에 아이들은 나이 많은 할아버지니까 여우가 당연히 무서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혹시 우리 애들 할아버지를 무섭게 여겨서 그런 것일까?)  내용을 표현한 그림 외에 바깥 쪽에 그려진  세밀화들이 각 동물의 모습을 세심한 필치로 잘 표현해 놓았고, 동물들이 하나 하나 떠나면서 말하는 이유를 보면 그 말속에 동물의 습성, 먹이, 생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그림책을 볼 때면 설원의 풍경이 보고 싶어지곤 한다. 눈 쌓인 숲 속에서 귀를 쫑긋 세운 아기 사슴이나 토끼를 만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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