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는 푸른 바다였다 낮은산 키큰나무 2
이마에 요시토모 지음, 초 신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낮은산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독서 소감을 어떤 말로 표현하면 좋을까 하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회'였다.  횟집에 앉아 작은 접시에 담겨 나온 소찬-조가비, 옥수수알 구운 것, 생선구이 등등-들을 이것저것 맛있게 집어 먹어가면서 메인디쉬에서 갓 잡은 생선회를 집어 간장, 고추장 등에 찍어 먹는 느낌...(흑.. 풀코스 요리가 나오는 횟집은 다른 분의 초대로 한 번 가본 것이 다라서 뭐가 나왔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아, 그러고 보니 회를 먹어 본 것도 일년이 넘었다. ㅠㅠ) 서양의 만찬요리를 잔뜩 먹은 포만감과는 다른, 소량의 음식을 조금씩 곁들이면서 싱싱한 회를 먹는 담백함이 느껴지게하는, 부끄럼 많은 한 남자 아이의 성장 이야기이다.

 이제 갓 중학생이 된 지로는 자주 얼굴이 빨개져서인지 '핑크'라는 별명을 지닌 남자 아이이다. 자신의 소심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여름방학에 혼자 길을 나선 지로가 선택한 목적지는 아버지의 무덤이 있는 엄마의 옛고향이자 자신이 어린 시절에 살았던 곳이다. 100엔이 생기면 무엇을 할 것인지 적어내는 시간에 "나한테 100엔이 생기면 왕복 기차표를 사겠습니다. 그래서 내가 모르는 곳, 내가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곳에 가 보겠습니다. ..."라고 적어내긴 했지만 아무래도 혼자서 낯선 곳에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그러나 참 가슴 두근거리고 멋진 일인 것 같다. 혼자만의 여행이라...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이라 더 유혹적인 일로 다가온다.

 지로는 목적지에 도착하여 초등학교 시절의 옛 여자 친구인 아키요도 만나고, 그녀의 학교 친구들과도 인사를 나눈다. 황소개구리를 잡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으나 낚시나 물에 들어가 물장구치는 것은 해보고 싶다. 더운 여름엔 시원한 개울물을 보면 들어가서 몸을 식히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그러나 거머리가 있는 곳은 절대 사양이다! 거머리가 몸에 달라붙은 장면을 상상하니까 윽~ 소름이 쫙 돋는다! 나도 참 한심한 것이, 징그러워서 몸이 오싹할 것이 뻔한데 뭐 하러 굳이 이런 걸 머리 속으로 상상해 보는 건지 원...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 속의 상황을 하나하나 상상해보는 것이 재미를 더해 주고 더 실감나는 걸 어쩌겠는가~

 한편 지로의 근황이 궁금한 아니야마 선생님은 지로의 두 친구와 함께 이 마을로 오지만 그들의 조우는 '여우 사냥'을 할 무렵에야 이루어진다. 하긴 그 '여우 사냥'이라는 것도 열심히 달아나다 멈춰 서서 돌아보다가 다시 달아나는 약삭빠른 여우를 잡는 것이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을 노려 현장을 덮쳐서 잡아야 하는 존재들이다. 이를 위해 이 마을 학생들을 포함하여 백여 명의 사람들이 심야에 숨죽이고 그 순간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지로가 기지를 발휘하여 고로타에게서 탈출하고, 아키요가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접어 들었을 때에는 핫케이크 굽는 중이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바싹 태워버리고 말았다.^^;- 지로의 어머니도 휴일에 고향으로 내려오는데 옛 생각을 하며 떠올린 말이 참 멋지다.
 '추억은 시간의 때를 타지 않는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은 언제나 바로 어제 일이다.'

 책 제목인 '산 너머는 푸른 바다였다"는 마지막에 아니야마 선생님이 어릴 때 배운 시를 읊어준 뒤에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에서 따온 모양이다. 지로의 여정과 모험의 와중에 간간히 곁들여지는 일본의 무사 '다카스기 신사쿠'의 일화나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잊지 말라며 "아니야 아니야, 잠깐 잠깐"의 미덕을 가르쳐 주신 아니야마 선생님을 비롯한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예스러운 불량배들도~), 성냥개비 같은 느낌을 주는 자그마한 삽화들, 간간히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간결한 문체 등이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은 이 책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아, 나도 어느 날인가 길을 떠나 산 너머에 있는 푸른 바다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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