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나라 시장구경
샐리 가드너 글 그림, 조국현 옮김 / 봄봄출판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이 책을 들고 와서는 빨리 시장에 가자고 재촉을 한다. 솔직히 나는 장보러 가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는데 이 시장구경과 장보기는 무거운 것을 들고 올 일이 없어서 가뿐하다. 돈이 든 지갑은 가지고 갈 필요도 없고, 대신 가끔 연필과 종이를 준비해서 출발하기도 한다. 자기가 사고 싶은 물건들을 종이에 그리면서 장을 보는 것이다. 소원을 빌기만 하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얻을 수 있는, 요정나라 실버 벨 거리에 있는 특별한 시장은 하루를 보내며 구경할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으니 요정을 믿지 않는 사람은 아무 것도 볼 수 없기 때문에 장바구니가 텅텅 빈채로 그냥 돌아와야 할 것이다. 죽어가는 팅커벨을 되살린 힘은 믿음이었지 않은가~. 실버 벨 거리에는 날개 달린 요정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동물들도 이 곳에서 장을 보러 다닌다. 첫 장면부터 내 눈길을 끄는 것은 '갓 구운 빵 있어요!'라고 적힌 요정네 빵집. 이곳에서 따끈따끈하고 말랑말랑한 빵 하나 사먹고, 카페에 들러서 차도 한 잔 마시면 참 좋겠다.

"엄마, 나 노래 불러주는 사탕 살래요~"
"언니, 여기 소원 들어 주는 모자 가게도 있어!"

아이들은 저마다 마음에 드는 가게를 가리키며 뭘 살 건지 말하느라 바쁘고, 나는 그 가게마다 쫓아다니느라 바쁘다. 고기 좋아하는 큰 아이에게 "여기 정육점 있는데 그냥 가니?"하고 물으니 "아니에요, 벌써 돼지갈비 샀어요."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이 있는 가게는 빼놓지 않고 들리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책 속에서 고르는 물건들을 보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 수가 있다. 우리집 큰 아이는 주로 먹거리나 신기한 물건에 관심을 보이고, 작은 아이는 장신구나 예쁜 물건에 주로 눈이 간다. 아이들마다 관심을 보이거나 고르는 물건이 다를 터인데 이 기회에 아이의 기호를 파악해 보자.

가게를 둘러보다 보니 나도 사고 싶은 물건들이 눈에 띤다. 소원을 들어 주는 모자는 꼭 하나 사고 싶은데, 예쁘기도 하거니와 나를 행복하게도 만들어 준다니 참 근사한 모자가 아닌가! 나랑 아이들이랑 각자 마음에 드는 모양으로 하나씩 골라서 샀다. 그나저나 노래하는 파이랑 손뼉 치는 케이크도 판다는데 이런 거 사면 어떻게 먹어야 할려나? 파이를 먹으면서 샤블라샤블라~ 노래를 부르는 시늉을 하니 아이들이 우스워서 깔깔댄다. 이처럼 책을 함께 보는 부모의 우스갯소리나 재미있는 행동은 아이가 책을 재미있다고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된다.

온갖 보물이 있다는 알리바바의 가게에도 꼭 들러보자. 물건 구경도 하고, 숨은 그림 찾기도 하고~. 이 가게 저 가게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고 다리도 아프니 아이들과 늑대 아저씨가 매일 아침을 먹는다는 카페에 들러서 잠시 쉬어 가도 좋을 듯 하다. 개구리 왕자, 빨간 모자, 담 위에 앉아 있는 험프티 덤프티, 램프의 지니 등등 동화 속 주인공들도 여기저기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우산을 들고 하늘을 날아가는 아줌마를 보고 "저 아줌마는 메리 포핀스가 아닐까?"하니 아쉽게도 아이들은 아직 이 아줌마를 모르나 보다. 동화를 많이 알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이 책의 묘미를 좀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아, 가게도 많고 볼 물건들도 너무 많아서 하루 만에 다 구경할 수 없을 것 같다. 신데렐라에 나오는 것 같은 호박 마차를 보니 나도 호박이랑 요술 봉을 산 후에 샤라랑~ 마법을 부려서 멋진 호박 마차를 만들어서 타고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여기저기 들리고 맛있는 것도 사먹으면서 열심히 시장 구경하고 나니 실버벨 거리에 어느새 밤이 찾아온다. 이 책을 볼 때면 마지막 장을 넘길 때마다 아이들은 아쉬움이 가득 남는다. 우리 아이들도 원하는 물건을 다 사지 못했나 보다.

"얘들아, 오늘은 다리도 아프고 물건도 잔뜩 샀으니까 그만 집에 돌아가자~ 내일 또 시장구경가면 되지 뭐! 책 한 권만 꺼내면 요정나라의 멋진 시장을 또 구경할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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