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공예 - 나무로 빚은 예술
손영학 글 / 나무숲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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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보다 더 긴 역사를 지닌 나무는 인류가 도구를 만들어 쓸 줄 알게 되면서부터 사용된 자원이다. 우리 선조들도 나무를 다양한 곳에 이용해 왔는데 아쉽게도 나무의 특성상 나무 공예품이 보존되어 전해져 내려 오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다양한 공예품을 보기 위해서는 박물관이나 민속촌 같은 곳에 가야 그나마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데 아직까지 아이들과 견학을 많이 다녀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 책이 매우 반가운 존재이다. 책에 실린 많은 공예품 사진들 덕분에 생활 공예품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에 간 것처럼 하나 하나를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사랑방에서 만나는 나무 공예> 도입부에 나오는 사랑방의 모습은 이제는 TV 역사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만한 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안, 연갑, 사방탁자, 붓걸이, 책장 등 다양한 나무 공예품들이 꼭 있어야 할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나무 공예품은 나무의 결이나 나이테 등에 따라 무늬가 달라 보이기 때문에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란다. 14쪽에 나오는 문갑, 34, 35쪽에 나오는 먹감나무로 만든 삼층장이나 물푸레 나무로 만든 삼층장을 보면 이를 무늬가 잘 살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각 공예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글을 읽어 보니 조근조근 이야기를 들려주듯 친절하다. 편지지를 꾸미는 나무 판을 지칭하는 '시전지판'에 대한 설명을 보니 매화 그림이 찍혀 있는 한지에 능숙한 문장을 흘려 놓은 한 장의 고운 편지를 받아 본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 온다.

- 시전지판에는 사랑방 주인이 좋아하는 문양들을 조각하였습니다. 저마다 독특한 무늬를 넣었기 때문에 무늬만 봐도 누가 보낸 편지인지 금방 알 수 있었지요. 멀리 있는 벗이 고운 시전지에 글을 적어 안부를 물어 온다면 얼마나 운치 있고 정다울까요.

여인네이다 보니 사랑방보다 부인네의 살림살이나 부엌 살림에 더 관심이 갔는데 <안방에서 만나는 나무 공예>편과 <부엌에서 만나는 나무 공예>편을 보니 예전에 할머니가 사시던 본가에서 본 듯한 가구나 물건과 비슷한 것이 눈에 띄기도 했다. 나비 문양 장식이나 서랍장 문 손잡이를 박쥐 모양으로 만든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것도 다 나름의 소중한 의미를 담아 만든 것이란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장롱'이라고 칭하는 것이 옛날에는 '장'과 '농'으로 따로 지칭했다고 한다. 옷이나 천, 버선 등을 넣어두는 용도로 쓰였다는데 층층의 서랍에 개켜 넣어 둔 것보다는 원하는 물건을 찾는 것이 어려웠을 법하다. 철마다 필요한 옷가지 등을 찾기 쉽게 넣어 두는 부지런함과 노련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 온갖 것을 다 끄집어 내서 뒤적거려야 할지도...

-부엌 용품은 물기에 닿으면 녹이 스는 금속 장식은 거의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무의 순수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부엌 용품입니다. 모양새는 큼직큼직하고, 기교와 잔재주를 부리지 않은 건강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습니다.

부엌 사진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살강, 찬장과 더불어 검고 커다란 무쇠 솥이다. 아궁이에 나뭇가지 등을 넣어 한참을 불을 지핀 후 무거워 보이는 솥뚜껑을 힘들여 열면 하얀 김이 한꺼번에 솟아 올랐었는데.... 음식을 올리는 상을 지역, 다리모양, 쓰임, 상판 모양 등에 따라 분류해서 설명해 놓은 부분도 눈길을 끈다. 눈으로 먼저 맛을 본다는 다식을 만드는 '다식판'을 하나 갖고 싶어지는데 그 것이 있으면 왠지 나도 맛난 다식을 척척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외에도 <일과 놀이에서 만나는 나무 공예>, <관혼 상제와 종교에서 만나는 나무 공예> 편을 통해 나무로 만들어진 다양한 공예품을 접할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초등학교 2학년인 큰아이가 보기에는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 그래서 책을 들여다 볼 생각도 하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했었다. 그런데 내 생각과 달리 아이는 종종 이 책을 들추어 보곤 하는데다가, 또 한가지 이 책을 보는 방법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책 속에 나와 있는 것들 중에 관심을 끄는 공예품이 있으면 종이에 공예품 그림을 그리고 그에 대해 설명해 놓은 글도 옮겨 적곤 한다. 아이랑 표지에 나와 있는, 아이콘처럼 작은 그림들을 보면서 이름 대기 놀이도 해 보았는데,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으면 장식품으로 놓아 두어도 좋을 것 같고, 소꿉놀이 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점차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는 옛 물건들을 이렇게 책 속에 담아서나마 곁에 남겨둘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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