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작은도서관 1
이금이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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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장을 읽을 때만 해도 살짝 웃음이 나왔다. 나는 주인공의 이름이 정말 책 제목에 나오는 대로 '큰돌'인줄 알았는데 진짜 이름이 따로 있단다. '오대석', 언뜻 떠오르는 한자, 큰 대, 돌 석~. 그래서 학교에서는 선생님 빼고는 모두 큰돌이라고 부른단다. 큰돌이네 가족은 동생 영미,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할아버지와 아빠... 더 이상 없단다. 엄마가 도망을 갔다는 글을 보는 순간, 아! 슬픈 내용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지금이 추운 겨울이라 그런지 영미가 소꿉놀이를 하고 있는 장면의 그림에 보이는 샛노란 개나리 꽃 무더기가 너무 곱고 화사해 보여서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큰돌이의 아버지는 술꾼이다. 엄마도 없는 마당에 자식을 보다듬고 살피어야 할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꼴도 보기 싫다며 아이들을 내쫓는다. 자식이 미워서 그리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이들을 보면 도망간 아내가 생각나서 화가 치밀어 그러고 마는 것이리라. 내  그 속상한 심정은 이해가 간다마는 이런 행동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 두 아이가 옆 집 외양간에 쪼그리고 앉아 아빠가 잠들기만을 기다리다 서로를 의지해 잠든 것을 생각하니 마냥 눈물이 난다. '어린 것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쑥골 할머니가 중얼거리는 그 말이 내 입에서도 저절로 나오고 눈물이 차오른다. 제대로 돌봐주는 사람도 없이 지내다 보니 오빠와 동생 사이가 더 각별했나 보다. 영미가 어느 부잣집에 입양되어 가고 난 뒤에 뒷산에 핀 찔레 순을 보며 동생을 생각하는 큰돌이나, 찔레꽃 향기 나는 장미순을 하염없이 꺾어 먹어보면서 오빠를 생각하는 영미를 보니 더욱 마음이 아린다.

 어느 날 큰돌이네집에 큰 변화가 생긴다. 얼굴엔 곰보 자국이 숭숭 난 키 큰 아줌마가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집도 점차 말끔해지고, 가족들의 모양새도 깨끗해진다. 그러나 엄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큰돌이 입장에서는 이제 영영 친 엄마가 돌아올 자리는 사라져 버린 터라 새엄마가 못내 밉기만 하다. 하지만 난 참 좋았다. 옛이야기에 곧잘 등장하는 전형적인 못된 새엄마가 나오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생긴 건 팥쥐엄마 같을지 몰라도 할아버지를 모시는 것도 살뜰하고, 손재주도 뛰어나고, 큰톨이를 위해주는 마음도 누구 못지 않다. 엄마라고 부르지도 않는 아이에게 그러지 쉽지 않을 텐데 참 마음이 넉넉한 여인네이다. 하릴없이 마당에서 해바라기나 하던 노인네가 텃밭을 가꾸는 소일거리가 생겨서 생기를 찾는 것도 참 보기 좋았다.

 그런데 밤티 마을 집 마당에 핀 개나리꽃 같은 노란 옷을 입은 영미를 보니 또 가슴이 아팠다. 오빠를 위해, 그리고 아빠를 위해 모은 물건들을 담은 상자를 행여 뺏길세라 꼭 움켜잡고 길거리를 헤맬 적에 영미에게 가장 절실했던 사람은 오빠였다. 양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내는 사이에 밤티 마을의 가족의 모습이 점차 잊혀졌지만 그래도 가슴에 생채기가 생길 때면 가장 먼저 오빠가 떠오르던 영미였다. 두 아이가 다시 같이 살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영미를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 보내기로 한 그 엄마마냥 내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하였다. 솔직히 영미가 양부모와 살면서 오빠와 자주 만나는 것도 괜찮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 인연으로 맺어진 가족... 가족의 의미와 관계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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