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와 늑대 0100 갤러리 8
수잔네 얀젠 그림, 그림 형제 원작, 장순란 옮김 / 마루벌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엄마의 심부름으로 빨간 모자가 숲 속에 살고 있는 할머니 댁에 음식을 갖다 주러 가다가 늑대를 만나고, 그 늑대가 할머니 집으로 가서 할머니를 잡아 먹고는 대신 침대에 누워 기다린다는 ‘빨간 모자’ 이야기는 잘 알려진 그림형제의 동화이다. 이 동화를 수잔네 얀젠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매우 색다르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림을 통해 새롭게 선보였다. 그런데 이 책의 그림들이 지금까지 접해보던 그림책들과 달리 너무도 파격적이고 일견 기괴하게까지 보여서  ‘음… 과연 아이들이 볼만한 그림책일까?’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우선 등장인물들이 마치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들처럼 머리와 몸의 비율이 일 대 일 정도의 크기로 묘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이 이상한 느낌을 준다. 책 표지 안쪽에 소개 글을 잠시 보면 ‘주인공들의 왜곡된 신체 비례, 정면을 피하는 묘한 시선, 그림의 대담무쌍한 구도, 파격적인 초점과 시점 등’이라는 글로 이 책의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표현들을 우리 아이들의 말을 빌어 이야기하자면, ‘사람들의 머리만 크게 그려져서 이상해 보여요(6세)’, ‘꼭 거울나라-사물이 크게 보이는 것이 볼록 거울이던가-에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초등2)’라고 한다. 나는 무섭게 보인다는 생각부터 했는데 아이들의 의견들을 들어보니 역시 그림을 보는 아이들의 관점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 속에서는 무섭게 느껴져야 할 늑대가 오히려 평범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잡아먹을 듯이 입을 벌리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늑대의 모습보다 사냥꾼에 의해 늑대의 뱃속에서 구출되는 빨간 모자의 얼굴이 기괴한 형상을 하고 있다. 이 것 역시 그리는 사람이 그림의 촛점을 위에서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그림이 두드러져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다 보니 이야기(텍스트) 자체는 그림에 묻어서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문자 없이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면이 번갈아 나오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도 한 특징이 될 듯... 바로 이런 점들이 잘 알려진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색다르게 보이게 하는 그림책이 지닌 장점이자 특징이 아닐까?   이「빨간 모자와 늑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색다르고 ‘충격적’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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