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귀 방귀 (보급판) - 옛이야기 보따리 5 옛이야기 보따리 (보급판) 5
서정오 / 보리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옛말에 상전 배부르면 종 배고픈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기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하면 남이 배곯고 추운 곳에서 떤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자신이 너무 배부르거나 덥게 지내면 아이들이 배고프거나 추운 것을 모를까 조금은 배고프게, 조금은 춥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 왕굴장굴대라는 이름을 지닌 종이 주인집 도령을 혼내준 이야기를 읽어보니 사람은 자고로 심보를 곱게 써야 한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상대방에게 마음을 쓰는 만큼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산다면 서로간에 오가는 정도 도탑고, 서로 마음 상할 일도 줄어들지 않겠는가...

제목으로 나오는 <나귀 방귀>에서는 짐을 좀 실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괜히 자기 편의만 생각하고, 남의 말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가 변을 당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버지가 길을 가면서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말을 듣고 자기가 나귀를 탔다가, 아들을 태웠다가, 둘 다 탔다가, 결국에는 나귀를 지고 가는 이야기(아들과 나귀이던가?)가 생각났다. 작은 아이가 이 책을 가끔 읽어달라고 가져 오는데 다 읽어주지는 못하고 몇가지 이야기만 골라 읽어주는데, '재주 많은 여섯 쌍둥이'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그 이름들이 독특하여 재미있어 해서 자주 읽어달라고 하는 부분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시아버지의 팥죽땀'은 아이보다는 어른들이 공감할만한 이야기지 싶었다.

  '달은 산 사또'에 나오는 어리석은 사또를 보니 거울을 처음 봐서 다른 여자가 거울 속에 들어 앉은 줄 알고 화를 내던 여인네 생각이 났다.  이렇게 사물의 이치에 어두운 사람이 사또가 되면 밑에 일하는 직원(?)들이 얕보는 것은 물론이요, 괴로운 것은 그 마을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느린둥둥이, 벼락팽팽이, 약은살살이'에서는 무릇 사람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무엇이든 지나치지 않고 적당함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아이가 재미있어 해서 이 책 시리즈는 다 구입했는데 서정오님의 옛이야기는 볼 수록 그 재미가 더해서 점점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드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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