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나라에서 온 공주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0
김재홍 글 그림 / 마루벌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 때 형제중에 자신만 사랑받지 못하고 부당한 대접을 받는다고 느꼈을 때 '나는 다른 곳에서 데려와서 차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이 그림책은 위, 아래로 형제를 둔 아이가 겪는 괴로운 심정을 담고 있다.  책을 읽어주면서 '언니한데 그러지 마라~' ,하거나 '동생한테 양보해라~'고 말하는 엄마의 모습이 두 아이를 키우는 내 일상의 모습 같다. 그러면서 둘째 아이인 수빈이의 심정에도 공감이 간다. 나 또한  오빠와 남동생-첫째라서 떠받들어 주고, 막내라서 다 해주는-을 둔 둘째로 자랐기 때문이다.

 사실 엄마로서는  어느 한 쪽 편만 들어줄 수 없으니 공평하게 하기 위해 동생에게는 언니에게 대들지 말라고, 언니에게는 동생에게 양보를 하라고 각각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둘째는 한 편으로는 동생도 되고 또 한 편으로 누이도 되는 입장이다 보니 두 가지 말을 다 들으면서 자라게 된다. 언니는 언니라서 편을 들어 주고 동생은 동생이라서 이뻐해 준다 싶으면 결국 중간에 끼인 둘째는 서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수빈이는 자기를 괴롭히면 별나라로 가버리겠다며 배낭을 챙기지만 막상 떠나려고 보니 가족들이 생각나고, 겁도 난다.  집을 나가 별나라 신하들이 공주인 자기를 데리러 오리란 생각으로 두려움과 추위에 떨며 무작정 기다리긴 하지만 속으로 얼마나 겁이 나겠는가!  아이로서는 아빠의 출현이 별나라 신하의 등장보다 더 기쁜 일이지 않았을까?

 만약 내가 다른 곳에서 왔다면, 그 곳을 좀 더 멋있는 곳으로,  나를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 속상한 마음을 달래주는 방편이 될 것이다. 가족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인데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하면 얼마나 속이 상하겠는가. 그래서 수빈이는 자신이 저 멀고 먼 곳에서 반짝이는 별나라에서 온 공주라고 상상하는 것이다,  '별나라' 가 주는 공간적인 확대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여하는 '공주'라는 이미지가 아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아이가 별나라 신하가 나오는 것이 재미있다고 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별 네 개를 주기에는 조금 부족한 책이 아닌가 하여 일단 셋으로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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