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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하고 안 놀아 - 개정판 ㅣ 창비아동문고 146
현덕 글, 송진헌 그림, 원종찬 엮음 / 창비 / 1995년 12월
평점 :
<개구장이 노마와 현덕 동화나라>나 <고양이>를 통해 현덕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을 통해 다른 작품도 접하게 되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고정적인데 주로 노마, 영이, 기동이, 똘똘이~ 네 명이 주인공격이다. 이 네 명의 아이가 따로, 또는 같이 노는 모습을 여러 이야기에 담고 있다. 그런데 네 아이 중에서 기동이만 잘 사는 집 아이이고, 세 아이는 가난한 집 아이이다. 특히 노마와 영이는 편모 슬하의 아이들이라 더 어렵게 사는 모양이다. 작품들이 조금씩 연관되어 있는데 이야기들 종합해 보면 기동이는 주로 과자나 새 장난감으로 뻐기는 형세고, 다른 세 아이들은 내심 한 번 줄까, 한 번 가지고 놀게 해줄까 하는 마음으로 기동이 주변에 머무르곤 하지만 비굴하게 굴지는 않는다.
함께 놀 때도 그 차이 때문인지 아이들이 쥐 흉내를 내면 기동이가 고양이를 맡고, 대장 놀이를 해도 멋진 옷과 장난감 칼을 가진 기동이가 대장이 된다. 그러나 노마를 비롯한 세 아이가 늘 기동이에게 쥐여 노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셋이서만 재미있게 놀면서 함께 놀기를 원하는 기동이를 따돌리기도 한다. '옥수수 과자'편을 보면 기동이가 과자를 먹자 앞에서 그 모습을 쳐다보던 영이가 과자 하나 달라는 말 대신에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 사준다고 그랬다누" 등의 말을 한다. 영이도 과자를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겠으나 달라는 말을 하기는 싫어 그런 말들을 했을 것이다. 그런 영이 마음도 몰라주고 댓구를 해대던 기동이가 과자를 혼자 다 털어 먹어버렸으니... 내심 얼마나 분했을까 하는 생각에 영이가 한 행동을 나무랄 수가 없다..
나도 어렸을 때 그런 놀이를 하고 놀았지 싶은, 모래로 밥하는 소꿉놀이, 허리에 끈 두르고 손님 태워주는 기차놀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 내기 등.. 책 속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다. 옷소매로 토끼 놀이도 하고, 두루마기 자락으로 바람놀이도 하는 네 아이의 모습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작품 속에 반복적인 문구들이 자주 등장하는지라 이야기가 시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월북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묻혀 있던 작품들이 사장되지 않고 우리 곁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참 다행한 일이다. 이 책은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옛날 어린이들이 놀던 모습을 그려 보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