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일 수 없는 자유
막달레나 쾨스터 외 엮음, 김경연 옮김 / 여성신문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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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전에는 여성은 집안에서 살림할 수 있는 것을 가르치는데 중점을 두고 결혼해서 남편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필생의 임무인 걸로 가르쳐 왔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여성들은 역사의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여자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성들에게는 교육의 기회마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았다. 현명한 양육자(부모든 친척이든)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고, 세상으로 나가는 길을 열어 줄 교육자가 없다면 스스로 그 길을 개척하려는 욕망도 있어야 함은 물론 자신의 의지도 중요할 것이다.

 조금 다른 경우이긴 하나 레이디 메리 몬터규나 이다 파이퍼처럼 자녀를 둔 엄마가 여행을 떠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가정이 있는 경우에 여자는 남자들만큼 쉽게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여행길에 오르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다 파이퍼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 40이라는 늦은 나이에 자신의 꿈을 이루기에 여행길에 올랐으니 어쩌면 나도 아직은 꿈을 가져볼 수 있는 나이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떠나자면 아무래도 돈이 소요되기 마련인지라 그 것을 핑계로 여행을 떠나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보니 여행 경비를 조달하는 방식 또한 다양하였는데, 유복한 집안 태생인 경우에는 물려받은 유산으로, 때로는 후원자의 도움으로, 자신이 쓴 글로 받은 인세 등으로, 심지어 자신이 여행을 다니면서 물건을 팔아 직접 조달한 경우도 있었다.

  여행을 떠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열망과 자신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이 책 속에 언급된 여성들은 어려운 여건과 환경 속에서도 다양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여행을 떠났다. 이사벨라 버드 비숍처럼 문화 탐색보다는 오로지 길을 가는 것, 여행 그 자체에 목적을 둔 경우도 있었다. 반면 평생을 나병환자를 위한 나병 요양소 건설에 몸 바친 케이트 마스던은 처음에는 자신의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간호사가 되고자 했다. 그러나 간호사가 되어 전쟁의 참상을 몸으로 겪고, 나병 환자들의 불행한 삶을 목격하면서 그녀의 평생의 과제는 정해졌다. 그 과제를 이루기 위해 그녀는 세상 곳곳을 여행한 것이다.  비록 소수이긴 하나 그녀들은 젊은 나이에, 혹은 중년에 접어들어서야 여행길에 올라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육체적인 고통을 떨쳐버릴 수 있었고, 자신이 살던 곳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문명에 매혹되어 버린 후로는 다시 여행길에 오르기를 열망하였다.

 ‘그렇다! 남자는 자유를 뜻한다’라고 적었던 리나 뵈클리처럼 그녀들은 여행을 통해 자신이 태어나 살아 온 곳에서 받았던 여성에 대한 억압과 관습에서 벗어나길 원했다. 그러나 메리 킹슬리가 여성은 치마를 입어야 한다거나 책을 낸 저자인 자신이 여성임을 숨기려 한 행동 등을 보면 여성이라는 성에 뒤따르는 인습을 평생 떨쳐버리지 못했던 것 같다. 시대를 앞서 간 여성들이긴 하지만 모든 것에서 공정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자신들의 윤리관이나 세계관을 바탕으로 타민족의 문화나 풍습을 판단하는 경우나 토착민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글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여행을 떠나려는 이여, ‘여행자는 서툰짓을 가장 능하게 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닌다(p90)’다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그리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나이도, 묙표도, 방법도 정해진 것은 없음을 보여준, 여성 앞에 닫혀있던 세상을 향해 나아간 그녀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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