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레 아주머니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28
그림형제 지음, 베르나데트 와츠 그림 / 보림 / 1996년 9월
평점 :
절판


 착하고 예쁜 딸, 못생기고 심술궂은 딸.. 후자만 사랑하는 엄마.. 
 보통 이런 설정에서는 계모와 후자가 그녀의 친 딸이라는 전제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두 딸 아이의 엄마가 '계모'라는 설정은 없다. 하긴 이런 전제는 우리가 어린 시절에 보던 동화책에서 자주 접하다 보니 고정관념화 되어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굳이 아이들에게 계모는 나쁜 사람이라는 개념을 싶어 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여쁘고 부지런한 딸보다 못생기고 게으른 딸을 더 사랑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한 딸은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기에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날마다 손에 피가 나도록 실을 자아야 할 뿐이다. -아, 그래서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부지런한 딸은 그만 실꾸리에 피를 묻혀서 씻으려고 우물에 가져갔다가 그만 빠트리게 된다. 사정을 들은 엄마는 매정하게도 그것을 건져 오라고 한다. 아니! 그 깊디 깊은 우물속에 내려 가서 찾아오라니!.. 절망적이다. 그래서인지 그림도 매우 어두운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결국 소녀는 실꾸리를 건지기 위해 우물 속으로 뛰어 든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분명 그 여자아이는 익사하고 말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양부모들이 아이를 상상도 해 본적이 없는 방법들로 학대하는 사건들을 종종 접하면서 기가 막히고, 치가 떨리곤 하는데 이 엄마 역시 그런 부모와 다를 바가 없지 않나 싶다..

 다행히, 그리고 동화 속 이야기이기에, 소녀는 이상한 세계에 도착하여 이상한 일을 겪고, 마침내 눈을 만들어 내는 홀레 아주머니를 만나 열심히 일을 도와준다. 여전히 일을 하면서 지내긴 하지만 날마다 힘든 일을 해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던 때에 비하면 정말 마음 편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소녀는 왠지 슬퍼진다. 집이 그리워서....  자신을 구박하는 엄마가 있는 집이었지만 그 곳이 홀레 아주머니의 집보다 더 좋았나 보다.. 우리도 가끔 그런 말을 하지 않는가~ "뭐니뭐니 해도 역시 우리집이 가장 편해!"라고.. 

 실꾸리와 함께 머리에서 발끝까지 황금을 뒤덮어 쓰고 나타난 딸을 본 엄마의 반응은? 소녀를 칭잔하기 보다는 자신이 더 아끼는 못생긴 아이에게 그 행운을 누르게 하고 싶어한다. 정말 계모가 아니라면 그럴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게으른' 소녀에게 돌아온 것은 죽을 때까지 벗겨지지 않는 시커먼 검댕...  당연한 결과이다.. 그런데  마지막 장에 한 여인이 두 딸을 안고 있는 그림으로 마무리가 되고 있는데 엄마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부지런한 소녀를 미소지으며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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