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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할머니 ㅣ 중앙문고 45
파울 마르 지음, 유혜자 옮김, 프란츠 비트캄프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남편이 자랑삼아 말하곤 하는 것이 지금 큰아이의 나이-9살일 때 동생이랑 단 둘이서 기차를 타고 이모님 댁이 있는 강릉에 간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부모님도 두 아이만 버스에 태워서 보내라고 말씀하시곤 하는데, 솔직히 나는 애들 둘만 보내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여 한 번도 보낸 적이 없다. 아이들이 불안해 할 것과, 중간에 소변이 마렵다던지(기차엔 화장실칸이 딸려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이 혼자 열기에는 문이 상당히 뻑뻑하다), 멀미가 낫을 때 돌봐주는 사람이 없이 어떻게 대처할까 등등 보낼 수 없는 이유들만 자꾸 생각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과연 내 아이가 초등학교 2 학년이 되면 혼자 기차에 태워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난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도 불안해서 혼자는 어디에 못 보낼 것 같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남자 아이도 아니고 여자 아이를 어떻게 혼자 보낼 수 있을까 싶어서 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울리는 엄마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기차를 타고 친척집으로 떠나게 된다. 아이는 다른 것은 걱정되지 않는데 내릴 곳을 지나치게 될까봐 기차칸을 살피며 도와 줄 사람을 찾는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옆자리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수월치가 않다. 음.. 나 역시 예전에 혼자 어딜 갈 때면 비록 아무 말도 건네지 않는 사이라도 상당히 신경이 쓰였던 기억이 난다. 남자도 싫고, 말 자꾸 건네는 사람도 싫고(어디까지 가세요, 커피나 한 잔 하실래요? 등..^^;;), 덩치 큰 사람도 싫고, 잘 때 코고는 사람도 싫고...
울리도 이런 저런 이유로 원하는 상대를 찾기가 어렵다. 할머니와 같이 가게 되면 심심할까 봐 싫고, 담배 피는 아저씨 옆자리도 싫고, 아이 딸린 아주머니는 말이 안 통한다. 젊은 연인은 다른 곳에서 내린다고 하고... 그래서 결국 처음 칸에서 보았던 할머니에게 다시 돌아가 내릴 곳을 물어 본다. 다행히 할머니는 울리가 내리려는 뮌헨에 내리신다 하여 함께 여행을 하게 된 두사람...
할머니와 같이 가는 것이 못마땅했던 울리도 기차표를 찾지 못해 당황할 때 할머니가 도와주시면서부터 둘은 즐거운 여행길의 동반자가 된다. 그리고 할머니가 어렸을 때 벌였던 말썽 이야기와 동시, 말짓기놀이를 함께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번 여름에 다른 사람의 승용차를 얻어타고 어딜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아이들과 여러 가지 말놀이(끝말잇기, 한자 말하기, 영어 이름 말하기 등등)를 하면서 가는 걸 무척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난다. 즐거운 놀이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기 마련... 울리와 할머니도 목적지에 도착하여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눈다.
가끔 기차를 이용해 할아버지댁에 가곤 하는데, 부산하고 시끌벅적하긴 해도 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자유로워서 훨씬 편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여건이 되질 않아 가족 여행을 가보진 못했지만 언제 한 번 친적집 방문이 아닌 여행을 목적으로 가족들과 기차 여행을 해보고 싶은 소망을 간직하고 있다... 그 때에 좋은 이웃 승객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